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건 물리적인 장벽만이 아니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북한을 향한 미움과 증오가 시급히 극복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데일리굿뉴스
 
“통일 가로막는 ‘반공주의’ 극복 시급해”
 
한국교회는 통일이라는 말조차 금기시되던 시절부터 한국사회 내에서 통일운동을 주도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복음통일을 위해선 극복해야 할 산들이 분명히 있다. 
 
‘반공주의’는 6.25전쟁 이후 사회 곳곳에 자리잡아 남한사회를 갈라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갈등요소다. 전쟁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슬픔이 뿌리깊은 증오로 변해 한민족이었던 남과 북을 급기야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북한을 향한 끝없는 적개심은 통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냉전체제는 반공주의를 더욱 강화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1953년 휴전 이후 미국의 도움으로 재건에 나선 남한은 민주주의를, 중국의 원조를 받은 북한은 사회주의를 받아들였다. 이후 남과 북은 서로에 대한 미움을 체제 유지와 권력 강화를 위해 전가의 보도로 휘둘렀다.
 
이런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한국교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친일 청산과 부르주아 세력 일소라는 북한의 정책을 피해 서북 지역의 개신교인이 대거 남하하면서 한국교회 주류로 자리잡았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했던 이들은 반공을 국시로 내걸은 이승만 정권과 남한 내 사회주의 세력의 확대를 경계한 미국의 좋은 파트너가 됐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한국교회는 반공주의를 신앙과 연결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적그리스도로 규정하거나, 반공을 제일의 가치로 내걸은 정권을 하나님이 세웠다는 논리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66년부터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진보 진영의 목회자들을 비판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최근 정권을 옹호하는 관변집회에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동원되는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교회가 국가와 밀월관계를 맺게 된 원인을 신사참배의 수용에서 찾은 박삼종 목사(한국평화통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는 한국교회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신사참배 체제’ 청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신사참배를 통해 국가 종교화와 유사한 역사적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하나님보다 국가를 더 의지하게 됐다는 것이 박 목사의 견해다.
 
박 목사는 “해방 이후 북한에서 서북 지역 개신교 세력이 청산 1순위가 됐던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며 “친일의 주역이었던 교회가 북한의 탄압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회개 없이 북한에 대한 증오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공주의를 내세운 세력들이 통일을 막고 있다. 국민들이 아무리 주체적으로 평화통일로 나아가려고 해도 안보를 빌미로 남북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며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일은 한국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이 역할을 교회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도홍 교수는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서 북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함경북도 회령시에 있는 북한의 한 공장.ⓒ데일리굿뉴스
 
“북한 혐오, 교회가 반성해야”
 
기독교통일학회장을 지낸 주도홍 교수(백석대)는 한국교회가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을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 교수는 “성경이 말하는 복음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원수였던 우리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십자가의 사랑을 경험한 그리스도인들이 북한을 우리의 이웃으로 생각하지 못해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북한을 혐오하고 반공주의를 강화시키는 근거 없는 소문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화해와 화목을 강조하고 있는 복음의 원리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복음을 인간의 가치로 떨어뜨리고 있거나 이데올로기를 복음의 위치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가 ‘성경적 통일론’ 정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주 교수는 “독일통일을 ‘조용한 개신교 혁명’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북한에 대한 증오는 역사적으로 이해하지만 극복해야 할 영역"이라며 "한국교회가 성숙한 복음의 원리에 서고,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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