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방학 시즌이 되면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특히 대형집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련회엔 많은 교회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필요를 채우기보다 많은 인원을 동원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집회 위주로 획일화된 수련회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매년 방학이면 전국 곳곳에서 수련회가 열리고 있다. 유명강사들의 일방적인 강연과 똑 같은 프로그램으로 정작 청소년들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수동적·주입식 프로그램…청소년들 필요 채우지 못해
 
청소년들에게 수련회란 신앙의 성숙을 도모하고 새로운 도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몇 년째 똑같은 강사진과 공연중심의 획일화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수련회에 참석하는 학생 수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추세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관객이나 청강생으로 만드는 수련회가 아닌,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는 수련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스타강사와 레이크레이션 중심의 수련회가 매년 반복되면서 청소년들이 청강생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신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수련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데일리굿뉴스
그러면서 "수백 명, 수천 명이 참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그룹 중심의 수련회가 이뤄져야 한다"며 "강의도 실질적인 도전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전문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한 선택강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학 시즌마다 셀 수 없는 캠프가 열리고, 캠프마다 각각 다른 주제를 갖고 있지만, 매번 같은 강사가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상갑 목사는 "주최측이 강사진을 섭외할 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경적인 가치를 세상 속에서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을 섭외해야 한다"며 "그래야 청소년들도 강사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 눈높이 맞춘 新 대안…'네일로 프로그램'
 
대형 수련회의 한계가 진행되면서 청소년들의 필요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대안책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청소년 사역자 나도움 목사는 방학마다 청년들과 함께 전국 곳곳의 스쿨처치를 방문하는 '네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크리스천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일로 프로그램은 코레일의 '내일로' 상품에서 착안됐으며,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학교에서 예배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함께 위로하고 말씀을 나눈다..
 
특히 네일로는 기존의 수련회와 달리 청년들이 직접 일정과 프로그램 등을 계획하며 주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네일로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자신이 직접 기획하는 것에 열정을 느끼고, 중고등학생들은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회복이 일어나고 있다.
 
네일로에 참여한 오은일 청년(23)은 "수련회에서는 프로그램 일정표만 봐도 내가 어디서 은혜를 받을 수 있을지 예상이 됐다"며 "반면 네일로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여행을 하고 말씀을 나누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하나님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수련회를 마치고 삶으로 돌아왔을 때도 수련회의 은혜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나도움 목사는 "수련회를 통해 청소년들의 신앙이 다시 깨어나는 건 너무 좋지만 현실로 돌아왔을 때 은혜가 오래가지 못한다"며 "수련회 이후의 몫을 단순히 교회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교계 내에서 '에프터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사역자 나도움 목사는 방학마다 청년들과 함께 전국 곳곳의 스쿨처치를 방문하는 '네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네일로 페이스북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