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해와 연합의 기치를 높이 내걸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회의 최대 숙원이라 할 수 있는 '복음통일'을 위한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조짐이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GOODTV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연중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한국교회의 통일사역, 그 역사의 생생한 증인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사역을 통해 복음통일의 그림을 그려가는 현장을 찾아가본다. 또한 '복음통일한국'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특별대담과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한국 예수전도단을 설립한 오대원 목사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1978년 '통일한국'에 대한 비전을 품은 뒤로 남과 북의 화해를 위해 수십 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쉼 없이 달려왔다. 오 목사는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교회가 화해의 직분을 감당해 통일을 가로막는 갈등과 무관심 극복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대원 목사는 한국교회가 화해의 직분을 감당해 통일을 가로막는 갈등과 무관심 극복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데일리굿뉴스
 
"서로 용서하지 못하면 통일에 이를 수 없어"
 
오대원 목사(David E. Ross)와 한국과의 인연은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된 그는 한국 예수전도단을 설립했다. 1978년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 아파하며 '통일한국'의 비전을 꿈꾸기 시작했다.
 
1986년 한국 예수전도단 대표를 완전히 내려놓은 오 목사는 수십 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북한선교에 매진해왔다. 미국 시애틀에 안디옥선교훈련원(YWAM-AIIM)를 설립한 오 목사는 통일 이후를 준비하며 한인 2세 청년들을 북한선교 사역자로 훈련시키는 일에 집중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9월 피터 양 목사에게 YWAM-AIIM 대표직을 이양한 그는 행정상으론 은퇴했지만 여전히 통일을 위한 사역에 항상 앞장서고 있다.
 
"한국교회는 화해의 직분을 감당해야 합니다. 남과 북을 화목하게 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입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오 목사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당부하며 전한 말이다.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 힘써줄 것을 주문한 오 목사는 올해 8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노구(老軀)에도 불구하고 매년 5~6차례 한국을 찾고 있는 그는 올해도 변함없이 통일비전캠프를 방문해 청년들에게 통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일비전캠프는 부흥한국과 평화한국 등 6개 기독교단체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오 목사는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해 서로 용서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결코 통일에 이를 수 없다"며 화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다"며 "하나님께 용서 받은 기독교인이 먼저 북한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우리가 원한 정권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통일의 가장 큰 방해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우리 형제이자 자매이고 가족입니다. 남북한 사람들 모두가 하나님의 귀한 자녀들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대원 목사가 지난 6일 팀비전센터에서 열린 '2017 통일비전캠프' 폐회예배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통일에 무관심한 세대…남남갈등 극복 시급
 
오 목사는 복음적 평화 통일을 위해선 '남남갈등' 극복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탄핵 정국 속에서 진보와 보수의 이름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다며 한국교회부터 정치적 이념을 떠나 하나 된 마음으로 통일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주문했다.
 
"통일을 이뤄가는 방식이나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우리부터 서로 적대해서는 통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죄를 미워할망정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가 여호와를 경외하는 가운데 하나가 되어 통일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십 년 넘도록 통일을 위해 기도해온 벽안(碧眼)의 선교사는 한국교회 안에서 통일의 필요성과 북한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세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6 한국인의 의식ㆍ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통일 시기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8%가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변해 충격을 주었다.
 
특히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32.3%에 달했다. 이는 2006년 조사 때의 응답률(16.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목사는 "여전히 통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줄로 안다. 외국인인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아쉬울 뿐"이라며 "한국인으로서 자기 나라의 아픔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우리가 한 민족이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나가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목사는 "북한을 섬기는 자세라야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미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존중하고 그들에게 배우면서 '작은 통일'을 연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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