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도교육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유인 즉슨 “수업시간에 특정 종교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이후 교육청은 해당 교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조만간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자칫 ‘기존의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이뤄지던 기독교사와 학생들의 만남조차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교육청에서 도내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내 종교교육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들 “종교 편향 교육” 탄원서 제출
 
강원 춘천 지역 A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 11일 도교육청을 찾아 “B교사가 학교와 학부모의 동의 없이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종교교육을 하고 있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B교사가 수업 시간에 본인이 믿는 종교에 대한 간증 동영상을 보여주며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을 불러내 특정 종교를 믿게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고, 또 다른 교사 1명 역시 2015년부터 종교교육을 해왔음을 주장했다.
 
이들은 탄원서 제출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자아의식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교사에 의해 이뤄지는 종교교육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감사 및 전근을 요구했다.
 
B교사는 이 같은 주장에 “도덕 시간에 분노 조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내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분노를 잘 내는 사람이었는데 신앙을 얻고 평화로운 사람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지 종교교육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17일까지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강원도교육청은 수일 내에 징계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처벌 수위를 정하고 징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강원도교육청 서경구 대변인은 “탄원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감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 내 2개 학교 3명의 교사에게서 종교교육이 행해졌음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감사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기본법에 나타난 종교 중립의 의무에 입각해 진행됐음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육청 차원의 관련 지침을 만들어 도내 일선학교에 배포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서 대변인은 “종교의 자유를 종교 교육의 자유로 혹시 오해하는 부분이 없도록 교육해 이번과 같은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게 철저히 지도 감독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학원전도 관계자들은 학교가 가진 공공성과 특수성을 인정ㆍ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한다.ⓒ데일리굿뉴스

“’학교’라는 특수한 선교지 인식 우선돼야”
 
한편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복음으로 섬기기 위해 힘써온 기독교사들은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이번 일로 인해 복음의 통로가 가로막히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 때문이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진우, 임종화)은 이번 논란이 “학교라는 곳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학교라는 곳은 사회적인 약속인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장소인 만큼, 학교를 특수한 선교지로 인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 주종호 교육실천위원장은 “기독교사들이 학교에서 복음 전파의 사명을 감당하기에 앞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며 “첫 번째는 규정하고 있는 법령들을 준수하면서 그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들을 잘 듣고 그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무엇일까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독교사들 간의 많은 소통과 함께 시대에 적합한 방향을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종교활동을 싫어하는 이들의 입장도 배려해가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을 함께 합의해 나가야지, 그렇지 않고 우리의 것만이 옳다고 부딪치다 보면 전반적인 사회 여론 상 여건이 더욱 불리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럴 경우 앞으로 학교 안팎에서 기독교사들이 아이들을 복음으로 만날 수 있는 여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면서, “상황을 학교 안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전반적인 큰 틀에서 관찰하고 사역을 조정해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좋은교사운동은 기독교사들이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전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기독교사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님께 편지 쓰기 △가정 방문 △어려운 학생과의 일대일 결연 등 교육실천운동을 진행함으로써 복음을 삶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물론 해당 과정에 앞서 학생들의 자발성과 부모님의 동의 두 가지는 필수 요소다. 또 하나 기독교적 활동을 적용 받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기독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것은 신앙 안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행위이고,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눈 앞의 학생만이 아닌 다음세대 전체를 바라본다면, 한 순간의 욕심이 기존에 잘 진행되던 사역들마저 어려워지는 결과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그 일들을 기독교사뿐만 아니라 교계가 함께 관심을 갖고 ‘학교’라는 선교지를 향한 공동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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