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훈 교수
새해를 맞이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이다. 새해는 과거의 과오나 수치를 떨쳐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사는데 있다. 오늘이 어제와 다를 바 없고, 내일 역시 오늘과 다를 것이 없다면, 특권을 누리고 사는 소수에게는 별 문제가 없겠으나,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절망이다. 부정과 부패, 불의로 뒤범벅이 된 어제처럼 오늘의 삶이 반복된다면, 오늘의 삶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고역이다. 나태와 안일과 무관심 가운데 사는 오늘 우리의 삶이 내일로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는 내일을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우리가 어제와 오늘을 의지적으로 단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소망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의 통일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남북 간 상호 신뢰프로세스를 주장했던 정권은 그나마 쌓였던 남북의 신뢰관계를 산산이 부수었고, 통일 대박을 무책임하게 외쳤던 정권은 북의 정권이 갑자기 붕괴할 날만 수동적으로 기다리게 했다. 더욱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는커녕,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개성공단까지 폐쇄해버린 정권은 남북이 공식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포기해버렸고,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까지 완전히 차단하고 말았다.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며 출발했던 지난 10년 동안의 보수 정권은 남북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20년을 잃어버리도록 했다.
 
하늘이 보기 싫어 두 눈을 가린다고 해서, 존재하던 하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무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의 남북관계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이 정권 안보와 군사적 방어를 위해 필사적으로 구축한 핵무기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어떤 교류도 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북한 정권이 스스로 백기투항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책임회피와 다를 바 없다. 정치란 무엇인가? 서로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다를지라도 양보하면서 하나의 타협점을 만드는 것이다. 그 타협점이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미흡해 보일지라도, 긴장과 갈등과 대립 가운데 머물러 있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정치적인 타협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며,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악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은밀히 야합하는 것이고, 더 나은 타협을 이룰 수 있는데도 게을러서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이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안보적인 차원과 비선실세의 주술적인 정치에 매몰되어서 민간 차원의 대북인도적인 사업까지 차단했던 부끄러운 어제를 청산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국민들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서 국민이 위임하는 권력을 올바로 행세할 수 있는 정치권력을 창출해야 한다. 새해를 맞이해서 통일부 산하의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 우리 평화통일연대는 세상 정치권력의 위세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실제적 권력자인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평화통일의 여정을 만들어내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어느 신화에 의하면 새벽이라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라, 닭이 울어서 새벽이 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평화통일연대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도 정유년 새해에 평화통일을 위해서 진정으로 울어대는 닭이 되어 평화통일의 새벽이 속히 오도록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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