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인구센서스 결과
 
작년 말에 인구주택총조사 일명 인구센서스 종교부문 결과가 발표되었다. 개신교 인구는 지난 1995년 19.4%, 2005년 18.2%, 2015년 19.7%로 2005년에 감소한 이후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10년 전에 비해 120만 명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가톨릭 인구는 1995년 6.6%, 2005년 10.8%, 2015년 7.9%로 소폭 감소했고, 불교 인구는 지난 1995년 23.2%에서 2005년 22.8%, 2015년 15.5%로 계속 감소 추세이며 최근 300만 명 정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개신교 인구가 960만 명으로 불교를 앞질러 최대종교로 등극했다는 점이다.
 
개신교 인구가 1백만 명 이상이나 증가했고, 국내 최대 종교로 올라섰다는 조사 결과는 일견 반가운 일이나 매우 의아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등 주요 교단 통계에서 교인 수는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인 수가 줄었는데도 개신교 인구가 늘었다면 이것은 결국 ‘탈교인’ 곧 가나안 성도가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가나안 성도는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지만 스스로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에서도 개신교인으로 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나안 성도 비율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개신교 인구가 늘었기 때문에 가나안 성도의 수도 어느 정도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요인은 자연 증가분이다. 10년 전에 비해 전체 한국 인구가 270만 명 정도 증가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개신교 인구에도 자연 증가분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18.2%의 비율은 그대로 유지했다면, 50만 명 정도 증가하게 된다. 반갑지 않은 다른 요인은 이단의 증가이다. 인구센서스는 기본적으로 자기 확인 방식으로 조사되기 때문에 이단교도라도 스스로 개신교인이라고 답하면 개신교로 집계된다. 따라서 신천지 등 일부 이단의 성장이 개신교인 증가의 일부를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가 조사 방법의 변화가 통계 결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곧 기존 인구센서스의 전수 조사 방식과 1,000만 명 표본 조사 방식의 차이가 미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0만 명은 표본 조사로는 매우 큰 수이기 때문에 조사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중심의 샘플조사 방식이 가가호호 방문하는 면접조사 방식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방문 면접조사에서는 대표 응답자가 주로 중년 주부였던 데 반해, 이번 온라인 조사에서는 대표 응답자가 청년이나 고학력 남성 중심으로 바뀜으로써 다른 경향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자체 통계에서는 증가세로 나타난 가톨릭 신자의 소폭 감소와 불교 신자의 대폭 감소는 결국 조사 방식의 변화가 종교 인구 변동의 경향을 바꿔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종교의 의미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한 가지 특징은 이러한 종교 간의 인구 변동과 함께 무종교인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인구센서스에서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전체의 56.1%로, 종교가 있다고 답한 비율(43.9%)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초다.  작년 종교 없는 인구는 2005년 2182만 6000명에서 지난해 2749만 9000명으로 9%포인트 급증했다. 나이별로는 20대가 6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10대(62%), 30대(61.6%), 40대(56.8%) 순이었다. 종교 인구 감소 폭은 40대(13.3%p), 20대(12.8%p), 10대(12.5%p)에서 상대적으로 컸다.
 
이렇게 무종교인의 수가 늘어난 것 역시 조사 방법이 미친 영향이 크다. 인구센서스에는 단순히 기존 종교 단체의 가입 여부로 종교인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 단체에 가입하지 않고서도 다양하게 종교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거나 점을 보거나 무속적인 종교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종교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종교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기성 종교에 가입한 사람들이 줄었고, 그 중에도 가나안 성도나 냉담자와 같은 비활동 신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기성 종교가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20대에서 무종교인이 가장 많다는 것은 취업이 어렵고 삶의 여건이 팍팍한 이들에게 종교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따라서 기성 종교들은 현대인들의 삶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들은 모두 지나치게 현세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무릇 종교는 현실 너머의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며 종교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의 종교들은 한결같이 현실에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도구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기복신앙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는 사람들의 의식이나 태도 또는 행위의 측면에서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종교로서의 역할
 
정부의 통계조사에서 개신교가 대표 종교로 나온 것은 기뻐할 일이나 단순히 교인 수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 라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전래 초기 한국 교회는 비록 그 수가 적고 교인 수도 적었지만, 남녀차별과 신분 차별을 철폐하며 사회를 앞서나가면서 선구적인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는 성스러운 종교의 영역마저도 세속 가치에 매몰되어 교회에 대한 평가를 양과 수의 측면에서만 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이다.
 
사회신뢰도 조사를 포함하여 많은 개신교 관련 조사에서 개신교가 공신력을 잃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원인은 개신교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개신교인들의 신앙과 삶이 일치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직으로서의 한국 교회도 사회에서 기대하는 올바른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공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하기보다는 교세 확장과 교회 건물 건축, 교권 유지 등 세상과는 벽을 쌓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래 초기 한국 개신교는 사회 부조리를 혁파하고 새로운 가치 질서를 제시하는 예언자의 역할을 감당했지만, 오늘날의 개신교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 공공의 선이나 선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제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서 대표 종교가 된 만큼,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 대한 올바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현대와 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종교 공동체의 우월함을 일방으로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선택한 종교가 가르치는 바대로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의 지도자들은 각 교회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체성은 다른 종교인들을 배격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저마다 가지고 있는 종교와 종교 신념을 서로 존중하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체성이어야 할 것이다. 개신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교회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도 충실할 때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는 위대한 종교로서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대표 종교로서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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