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혼모 2만 4천 명. 수많은 사람들이 혼자 힘으로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들의 생활고는 깊어져만 간다.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한국교회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 이에 본지는 미혼모들의 고충을 살펴보고 선진국의 사례를 통한 대책을 모색해봤다.
 
▲국내 2만 4천여 미혼모들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미혼모 정책을 국내 사정에 맞게 바꿔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사진출처=KBS뉴스)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이중고 겪는 '미혼모'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미혼모들에겐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이러한 인식은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뱃속의 생명을 죽일 순 없다는 생각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던 박유정(가명, 20세) 씨는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이렇게 냉대를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며 "이 싸늘한 시선이 나중에 아이에게 돌아갈까 봐 하루하루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출산함과 동시에 겪는 경제적 고충은 미혼모 스스로를 '기저귀도 하나 못 사주는 엄마'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경제 생활을 하기 힘든 미혼모들이 정부에서 받는 돈은 기초생활보장비와 월 7만 원의 양육비가 전부. 이마저도 복지시설이 제공하는 생필품과 육아용품을 받지 않으면 한 달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아이 아빠에게 정기적으로 자녀 양육비를 받아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연구원은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 아이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소송을 하지 않는 미혼모가 많다"며 "미혼모를 대신해 아동 양육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행해 줄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곳곳서 도움 사역…정부 지원 필요해
 
한국교회는 미혼모들의 이러한 고충에 도움을 주고자 생활시설과 상담소 등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구세군 두리홈은 아이를 가지면서 음지에 숨어버린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국내 최대 자선모금운동을 펼치는 구세군이 운영하는 만큼, 미혼모들의 출산 전후, 그리고 사회진출까지 돕는 단계별 연대가 이 시설의 특징이다.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해 베이비박스 사역을 펼치는 주사랑공동체는 지난해 아기와 엄마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 '베이비룸'을 개설했다. 버려진 아기를 보호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상담을 통해 산모가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미혼모를 위한 사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경기도 가평에서 미혼모 보호소인 '희망드림센터' 기공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희망드림센터 김인순 이사장은 "미혼모들이 예수 안에서 변화돼야 아이들을 영적으로 양육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상처를 입은 미혼모들을 복음으로 치유하는 사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혼 없는 출산도 포용해야…선진국 제도 '눈길'
 
갓 태어난 아이들과 엄마들이 축복받은 생명으로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영적 기반이 돼 주고 있는 한국교회. 하지만 교회가 운영하는 시설에도 재정적 어려움이 뒤따르긴 마찬가지다.
 
때문에 아이와 엄마가 음지에서 양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먼저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선진 복지국가의 제도와 유형을 빌려 와 차별 없는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과 독일, 호주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등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혼모 가족을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인정하고,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혼모 복지에 관심이 높은 호주 정부는 미혼모에게 매달 10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또 10대인 미혼모가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에 산후 보조사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등의 형식의 맞춤식 교육을 진행한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부산지부 박영미 대표는 "한국사회가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미혼모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결혼을 전제로 한 부부 중심의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결혼 없는 출산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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