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는 지난 10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초 청와대를 향해 집중 포화가 쏟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곳곳에 가리워져 있던 치부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며 마치 나라 전체가 수술을 받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한국교회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거듭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나라 전체에 퍼져 있던 불법과 부정, 부패들이 드러나며, 자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청와대 향한 비판, 점차 각계각층으로 확대
 
9일 탄핵 표결을 앞두고 온 국민의 관심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우리나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청와대로부터 시작된 국정농단의 뿌리는 정계와 재계, 문화계를 넘어 스포츠와 연예계까지 뻗쳐 있었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처음 터졌을 당시 청와대 한곳을 향하던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이제 언론과 수사기관, 종교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 사이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검증하려 하기 보단 전략의 도구로만 사용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재벌들은 불의와 부정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에 잘 보여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앞다퉈 단독 보도를 내며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 모으고 있는 언론 역시 이번 사태 해결 계기를 마련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그에 앞서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나눔운동본부 대표이자 최근 조선일보 윤리위원장으로 위촉된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국내 언론들이 돈이나 권력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고 드러내야 할 것을 숨겨준 측면이 있다”며 “언론인들이 양심을 속임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라와 국민에 해를 끼쳤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일선에서 감시 역할을 해야 했던 언론은 비판적 시각을 잃은 채 잘못을 잘못이라 지적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국민 모두의 경각심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언론은 자기 이념이나 판단에 맞지 않더라도 가능한 한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평가를 할 때에도 자기 입맛에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분명하게 인정되고 있는 도덕적 기준에 입각해 공정하게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교회 역시 '선지자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던 과오를 회개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데일리굿뉴스

“한국교회, 다시 엎드려 교회다움 회복하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도 지금껏 선지자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던 교회 모습을 회개하며, 이제부터라도 교회다움을 회복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연합기관과 교단들은 잇따라 “불의에 눈감은 채 세상과 타협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바르게 전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자”고 외치고 있고, 각 교회들 역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 등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하나님께 엎드려 교회다움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교회가 입으로만 소외된 자들의 이웃이 되겠다고 했을 뿐, 정작 현실은 부패의 현장 속에서 부조리의 관행을 보면서도 권력의 편에 서있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국교회 역시 이번 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모른 척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목소리와 제사장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제 자리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손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우리 사회의 부패가 근본적으로 근절돼야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도 ‘이것이 우리 책임이다’ 하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기독교인들이 다시 성경에 충실하게 십자가의 정신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여전히 우리들의 눈 앞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내는 사회라고 한다면, 이 땅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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