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교회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울고 웃는 교회의 모습을 꿈꾸며 다양한 사역을 펼치지만, 그럼에도 주민들이 교회에 대해 이웃의 감정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노원나눔의집은 첫 시작부터 이웃에 무엇을 베풀려 하기 보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 살기 위해 노력했고, 30년이 지난 지금은 지역 곳곳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역에 뿌리내리기까지 실천해온 노원나눔의집을 찾았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꼭대기에 자리잡은 나눔의집은 지역 곳곳에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사업에 앞서 ‘진정한 이웃’ 되려 노력
 
성공회 노원나눔의집(원장사제 오상운 신부)은 올림픽을 앞두고 재개발이 한창이던 1986년, 당시 서울의 대표적 빈민가 중 한 곳이었던 상계동 달동네 꼭대기 작은 전세방에서 신학생과 몇몇 청년들에 의해 시작됐다.
 
이들은 예수님이 사셨던, 또 예수님이 실천하셨던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이웃’으로 살아보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지역을 모색한 끝에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곳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큰 포부를 갖고 시작한 일임에도 어떠한 사업도 벌이지 않았다. 보통의 교회나 단체들이 누군가를 돕는다고 할 때 처음부터 거창하게 나누고 베푸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노원나눔의집 원장사제를 맡고 있는 오상운 신부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물질로 다가서기보다, 관심과 사랑으로 먼저 삶을 나누며 진정한 벗이 되는 것을 더 중요시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처음 세 달 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주민의 입장에서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주민으로 같이 살았다.
 
“이웃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처음 시작된 게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소외 이웃들과 결연을 맺는 것이었습니다”
 
나눔의집은 △무의탁어르신 가정과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장애우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후원자와 연계해 재정뿐 아니라 정기적인 방문과 생활 상담, 의료 지원 등을 펼쳤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자활센터를 만들어 경제적 자립과 생활개선을 도왔으며, 빈곤아동ㆍ청소년들이 환경과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맘껏 키워나가게 하기 위해 공부방 활동과 마을학교도 운영했다.
 
 ▲나눔의집 실무자들이 모여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 구상에 한창이다. 오른쪽 세 번째가 오상운 신부ⓒ데일리굿뉴스

지역에 없어선 안 될 공동체로 자리매김
 
매뉴얼에 따라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지 않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집중한 결과, 나눔의집은 이제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주민들과 함께 숨쉬는 진정한 공동체를 이뤘다.
 
현재 △봉제사업단(반짇고리)과 재활용 매장(동네방네) 등 자활센터 2곳을 운용 중이며, △지역아동센터 3개소(엄마사랑, 나란히, 독서돌봄 마을학교)와 노원구상담복지센터 및 중고등 학교부적응 청소년 위탁형 대안학교(나우학교), 청소년진로지도(상상이룸센터) 등 아동ㆍ청소년 사업 △주거복지(노원주거복지센터) △돌봄(가정결연) 사역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 인문학당)까지 열고 있다.
 
또한 이 모든 것은 대한성공회 노원나눔교회의 이름으로 신앙공동체를 이룸으로써 결국 가난한 이웃들이 복음으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다. 오 신부는 나눔교회에서는 관할사제로 있다.
 
“나눔교회는 나눔의집의 한 지체로 존재합니다. 나눔의집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정의와 해방과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실천하고 있죠. 이 신앙고백과 선교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계동 작은 전세방에서 시작된 나눔의집은 30주년을 맞은 현재 전국으로 퍼져 9개 지역 50여 개 센터로 확산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기 보다 이웃들의 요구에 발맞춰 나가는 하나님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 중심의 위탁 사업이 너무 많아지면서 본래 목적대로 한 영혼 한 영혼을 깊이 있게 만나고 거기서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는 등의 신앙적 성찰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나눔의집 영성에 비춰서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모색할 계획이고요. 언제까지나 ‘가난한 사람의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교회’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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