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고 작은 재정 문제로 구설에 오른 교회가 많다. 무리한 건축으로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오른 교회, 재정과 관련된 문제로 분란을 겪고 해체된 교회 등 사례도 다양하다. 교회 재정 문제가 사회 비난의 대상이 된 상황 가운데,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22일 기독교회관에서 교회협이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맞이 이야기 마당 ‘투명한 재정, 신뢰받는 교회’이 진행됐다.

평신도 참여 등 투명한 재정 운영 강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교회협)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맞이 이야기 마당 ‘투명한 재정, 신뢰받는 교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불투명한 재정사용’을 개선하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성찰하며,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는 한국교회 재정’에 대해 발제한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교회 재정을 단순히 자금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교회 재정의 대부분이 하나님께 바친 헌금으로 이뤄진다는 신성한 의미 때문에 이를 다룬다는 것이 자칫 불경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며 “그러나 교회가 공동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때, 재정 사용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투명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많은 교회에서 평신도들은 헌금을 드릴 의무만 있을 뿐 헌금의 사용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배제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소수 특정인이 권한을 갖고 은밀하게 집행하기보다 교인들에게도 ‘교회의 헌금이 얼마가 되며 이들이 어디에 어떻게 지출되고 있는가’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교인들은 교회가 하는 일에 주체 의식이 강해지고, 헌금이 필요한 곳에 바람직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헌금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당부하며 △정기적인 재정보고 △외부 재정 감사 제도 도입 △교회별 정관 마련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교회 중에는 효율성의 문제를 들어 재정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재정 문서 자체도 계정과목 체계가 너무나 다양하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회계 전문가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현실을 지적한 것.
 
그는 특히 교회 재정을 성경의 뜻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하고 엄격하게 집행할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단체 못지않게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교회 구성원인 신도들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해서도 공신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재정 운영, 신뢰 회복 첫 걸음”
 
정 교수는 또한 교회 재정이 개교회의 이익을 위해, 그마저도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돼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현실 속에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만큼 재정 사용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함을 피력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함이고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대명제에 동의한다면, 교회재정의 일부를 이웃을 위해 또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그는 “기독교인들이 형편과 관계없이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십일조 헌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 역시 규모나 형편을 떠나서 재정의 일정 부분을 우리 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교회 지도자들만의 것이 아니”라며 “기독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공공의 관점에서 토론과 실천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이렇게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 없이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교회는 보다 건강하고 참다운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해나가고, 우리 사회에서 공신력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