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학내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신학대 교수가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장신대 김철홍 교수가 ‘최순실 씨’를 두둔하는 내용의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장신대 홈페이지 캡처)
 
“최순실 집사, 종교 간 대화 시도한 훌륭한 신앙인”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난 10일 ‘주술에 빠져 악령에 빙의된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인가 아니면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이는 장신대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철홍 교수.
 
김 교수는 이 글에서 현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인 최순실 씨를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표현하는 등 오히려 최씨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최순실 집사야말로 놀랍게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추구하는 신학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며 “어느 특정 교파에 치우치지 않고 입장이 교파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놓고 볼 때, 적어도 교회를 선택하는 취향은 매우 에큐메니칼 하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언론보도를 통해 그동안 최 씨가 순복음과 장로교, 감리교 등 여러 교파의 교회에 출석한 것으로 밝혀진 데 따른 것.
 
김 교수는 이어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성당에서 결혼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가톨릭 신부의 주례를 받아 결혼했다면 그 가족이 에큐메니칼 한 신앙을 갖고 있다는 나의 추측은 점점 더 확실해진다”며 “점을 보는 것 역시 우리의 민속종교에 포함되므로 비난 받을 사안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최 씨의 에큐메니컬한 신앙생활(?)을 두고 무당이라 칭하고 있는 임성빈 총장과 교수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이 에큐메니칼 신학 정신을 버리고 정치적 사안을 이유로 그를 정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글은 “주술에 빠져 악령에 빙의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최순실 씨가 무당이라고 믿고 박근혜 대통령이 악령에 빙의됐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며 최 씨를 연일 고발하고 있는 언론과 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을 비판하며 끝을 맺는다.
 
글 말미에 덧붙인 추신 역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추신에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대규모 집회에 나갈 학생들에게 하는 주의와 당부가 담겼는데, “시위 도중 주변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건장한 아저씨들이 있는지 잘 살피길 바란다” “시위 도중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넘어질 때 그 아저씨들이 다가오면 최대한 웅크려서 자신을 보호하기 바란다” 등의 표현은 최근 한창 논란이 됐던 ‘빨간우의 가격설’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신 부분은 지워진 상태다.
 
 ▲김철홍 교수의 게시글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장신대 홈페이지 캡처) 

항의 댓글 잇따라…일부 교수진도 사과 촉구
 
김철홍 교수의 글이 올라오자 마자 홈페이지에는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하루 만에 해당 게시물에만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고, 이 글과 관련 김 교수의 공개사과와 학교 측의 징계를 요구하는 학생 일동의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댓글은 대부분 △장신대 교수 입에서 나온 에큐메니컬과 기독교인의 개념이 맞는지 제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러려고 내가 장신대에 왔나 자괴감이 듭니다 △그냥 하시는 김에 최태민 영세교(靈世敎)도 에큐메니컬이라고 하시지 그러십니까? 등 김 교수의 입장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하루 뒤인 11일에는 임희국 교수 외 6명의 교수들이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사과를 전하는 동시에 김 교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교수들은 글에서 “선동적인 한 교수의 글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하는 여러분을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수님들도 여러분과 똑같이 참담하고 당혹스런 심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수들이 그동안 김 교수의 글에 응대하지 않은 것은 교수들끼리의 논박이 학교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을 염려해서였지만, 이제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 돼 나섰음을 밝혔다.
 
교수들은 “김철홍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으로 감정적인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며 “자신의 신학적이고 정치적인 견해를 아주 피상적이고 선동적인 방식으로 주장할 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 학교에 몸담고 있는 많은 구성원들에 대해 조롱과 무차별적인 비난과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끝으로 “김철홍 교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그리고 엄중히 요구한다”면서 “장신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현재 김철홍 교수는 일부 글에 대응하며 끝장 토론을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토론 전에 사과부터 하라” “필요한 절차는 토론이 아니라 청문”이라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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