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밖에 몰랐던 노숙인…이젠 콩 한쪽도 나눠먹죠”

홍의현(honguihyun@gmail.com)

등록일:2016-11-10 19: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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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7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협동조합이 있다. 바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느매기’의 이야기다.
 
노느매기 조합원들은 재활용 센터에서 물건을 팔거나 직접 만든 비누를 마을 장터에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또 공동텃밭에서 일군 농작물로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며 그동안 몰랐던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쌓아가고 있다. 협동조합 노느매기 이사장 김건호 목사를 만나. 그의 노숙인 돌봄 사역과 앞으로의 비전, 계획을 들어봤다.
 
 ▲협동조합 노느매기에는 현재 70여 명의 노숙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사진제공 = 노느매기)

‘노느매기’ 조합원 70여 노숙인들…“삶의 의지 되찾았다”
 
‘나눠 먹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노느매기’. 과거 노숙인 임시보호센터장으로 근무했던 김건호목사는 10년이 지나도록 센터를 벗어나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보며 자립과 자활 사역을 결심하게 된다.
 
“노숙인 분들이 정부에서 지원을 받거나 복지단체에서 후원하는 물질로 살아가는데 거기에 안주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어요. 흔히 노숙인이 된 지 6개월이 지나면 그 삶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자립심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협동조합 노느매기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협동조합 노느매기에는 현재 70여 명의 노숙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중 2명의 노숙인은 실제로 노느매기 직원으로 일하며 일정 소득을 얻기도 한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땀 흘려 거둬들인 소득으로 함께 밥을 지어 먹거나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마을기업 지원 사업에 등록해 공동 텃밭을 일구거나 지역 마을 장터에서 직접 만든 재활용 비누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에 다시 발을 디딘 결실일까. 잘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던 노숙인들이 지금은 고시원이나 정부 지원 주택 등에 거주하며 안정적 삶을 찾아가고 있다.
 
“노숙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접촉점이 없다는 거예요. 노숙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끼리만 어울리고 일반인과는 잘 섞이지 못하죠. 하지만 노느매기에서 활동하는 노숙인 분들은 조합원이라는 당당한 타이틀을 갖고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을 때 한 노숙인 분이 ‘나도 이제 어엿한 서울시민으로 인정받았네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가장 크게 보람을 느꼈죠.”
 
“노숙인 사역, 길거리 벗어나 희망 품도록 도와야”
 ▲김건호 목사.ⓒ데일리굿뉴스

 
김건호 목사는 노느매기의 가장 큰 자랑으로 ‘노숙인 조합원들의 자발성’을 꼽는다. 김 목사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지만, 조합원 회의에서는 전체적인 진행을 맡을 뿐 모든 의사 결정은 노숙인 조합원들이 직접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무언가를 결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큰 열매다.
 
이 곳 노느매기를 통해 새 삶을 얻은 노숙인들도 적지 않다.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용기를 얻어 떠나왔던 가족을 다시 만난 사례도 있고, 거리를 배회하던 노숙인들이 공동 주거시설이나 정부 지원주택 등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예전에 노숙인 임시보호센터에 근무할 때는 ‘노숙인들의 임시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이 센터가 없어지는 게 제 사역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그만큼 임시 주거시설을 이용할 노숙인들이 없어야 한다는 뜻에서 한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그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노숙인들의 자립심을 키워 스스로 삶을 개선할 의지를 만들게 해주는 이 노느매기 사역이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노느매기는 앞으로 노숙인 공동 주거시설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시설을 통해 노숙인들이 서로 가족애를 느끼게 하고 공동 일자리를 창출해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노느매기의 장기적인 비전이다.
 
“같이 일하고 같이 밥을 지어먹으면서 ‘가족이 없는 이들에게 서로를 가족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지금은 작게 운영하는 공동텃밭을 좀 더 키워서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된다면 많은 노숙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겠죠. 그저 밥을 먹고 잠자리를 찾는 단순한 노력보다 그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입니다.”
 
끝으로 김건호 목사는 한국교회의 노숙인 사역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오랫동안 낮은 자리에서 소외된 이웃을 섬겨온 한국교회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앞으로 새롭게 펼쳐야 할 ‘노숙인 자립·자활’ 사역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노숙인 사역은 교회를 비롯한 종교기관이 거의 다 진행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교회가 힘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무료급식을 제공하거나 방한용품 등을 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이분들이 길거리를 벗어나 그 이상의 것들을 꿈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낮은 자를 돌보는 한국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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