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에 주민들을 위한 목욕탕이 문을 열었다. 마을이 생기고 50년 넘도록 목욕탕이 없었던 만큼, 이 기쁜 소식에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따뜻함으로 가득한 ‘비타민 목욕탕’ 개원식을 찾았다.
 
 ▲8일 백사마을에서 서울연탄은행이 주최한‘비타민 목욕탕’ 개원식이 열렸다.ⓒ뉴스미션

마을 생긴 이래 50년만 ‘첫 목욕탕’
 
1960년대 후반 남대문과 청계천 등 재개발로 오갈 데 없어진 사람들이 모여 정착한 마을,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본동 산 104번지. 흔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이다.
 
1천 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그 중 6백 세대가 아직도 연탄을 사용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인 이곳에 올 겨울을 앞두고 마을의 경사가 펼쳐졌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서울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을 중심으로 6백여 명의 온정의 손길이 모여 주민들을 위한 ‘비타민 목욕탕’이 세워진 것.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들인 백사마을은 그동안 목욕을 하기 위해서는 30분 가까이 걸어 나가 목욕탕에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연탄불에 물을 데워 씻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서울연탄은행이 지난해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마을에 목욕탕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목욕탕을 세우기 위해 석 달 가까이 자발적 성금과 모금운동을 전개한 결과, 짧은 시간임에도 많은 이들의 참여와 기업의 후원이 더해져 목욕탕을 짓기 위한 금액이 모였고, 설립부지 선정과 시설 및 인테리어 공사 끝에 드디어 이날 문을 열게 됐다.
 
총 6천 3백만 원의 공사비가 소요된 가운데, 마을 주민과 서울연탄은행 직원 및 봉사자, 연탄교회 성도들을 비롯해 다음스토리펀딩 ‘달동네어르신들 목욕탕세우기’ 참여 후원자 등 6백 명이 후원자로 동참했다.
 
또한 일본에 거주하는 익명의 한 교포는 목욕탕에 설치할 세탁기 구입에 써달라며 백만 원을 기부했고, 특히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신나는지역아동센터 어린이 14명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후원에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
 
 ▲백사마을 어르신들이 따뜻한 물이 나오는 목욕탕을 찾아 즐거워하고 있다.ⓒ뉴스미션

“전액 무료…’예수님 사랑’ 돈 받을 순 없죠”
 
개원식에 참석한 주민들은 “이제 멀리 나가지 않고 직접 고생해서 물을 데우지 않아도 목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다들 반기는 모습이었고, “올해부터는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겠다”고 기뻐했다.
 
백사마을에서도 고지대에 살고 있다는 박진심(89) 어르신은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매년 겨울 찬물로 씻으면서 죽기 전에 목욕탕이 생기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감격해 했다.
 
한편 ‘비타민목욕탕’은 화~금요일, 주 4일간 영세어르신과 어려운 가정 등을 위해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도 어르신들은 한 푼이라도 내겠다고 했지만, 연탄은행은 예수님의 사랑으로 운영되는 만큼 어르신들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허기복 목사는 “어르신들이 이제 씻는 것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며 “이번 겨울은 연탄으로 따뜻하게 나고, 목욕탕에서 깨끗하게 씻으면서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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