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발생한 대형화재로 예배당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은 춘천중앙교회가 사고 이후 첫 주일을 맞았다. 교회는 환란 중에도 감사와 회개, 결단을 통해 건물과 함께 무너졌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18일 오후 발생한 대형화재로 춘천중앙교회 예배당이 전소했다. 예배당 안 물건들이 모두 불에 타고 철재 뼈대만 남아있다.ⓒ뉴스미션

대학 시설 빌려 예배…감사와 회개, 결단의 시간
 
1898년 강원 지역 최초의 교회로 설립된 춘천중앙교회(담임 권오서 감독)는 많은 교회들의 산파 역할을 하며 지역 복음화와 근대화에 힘쓴 강원도의 모교회다. 이번에 전소된 예배당 건물은 교회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1년 세워진 건물로,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눈물과 기도로 지은 건물이기에 사고 당시 교회의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불은 세 시간여 만에 진화됐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고로 교회 예배당이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화재 원인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조사 중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24일은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 여가 지난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건물 안에는 탄 냄새가 진동했다. 예배당 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재 구조물을 통해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고 이후 첫 주일이었던 24일, 예배는 근처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드려졌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엔 성경을 들고 예배를 드리러 가는 성도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무거웠고, 슬픔에 잠긴 얼굴로 모두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분위기였다.
 
고난과 시련의 내용이 담긴 찬양 가사와 성전이 무너진 이스라엘의 모습을 담은 성경 구절들이 이날만큼은 춘천중앙교회의 진솔한 고백이 됐다.
 
강단에 오른 권오서 담임목사는 “화재가 주일이 아닌 월요일에 발생해 인명피해가 없었음에 감사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는 말로 말씀을 시작했다.
 
이어 “이번 사고가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주님 앞에 바로 서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회개했다. 담임목사의 눈물 섞인 고백에 슬픔을 참던 성도들도 함께 울었다.
 
권 목사는 성도들을 향해 “눈에 보이는 성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인 우리들의 마음을 먼저 회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위기 속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뤄 나가자”고 당부했다.
 
교회가 아닌 장소를 임시로 예배장소로 빌려 사용하는 만큼 예배에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교회는 그것과는 별개로 오히려 사고 이후 더욱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춘천중앙교회가 화재 이후 첫 주일예배를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드렸다. 교회는 현재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해 예배를 드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뉴스미션

“우리만의 교회 아님 느껴…한국교회에 소망 전할 것”
 
이날 교회의 풍경은 주일예배가 교회 밖에서 열리는 것 빼고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성도들은 여느 주일 때와 같이 각자 자신이 맡은 사역에 힘썼고, 교역자들 역시 사고 이후 옆 건물로 옮긴 임시 사무실에서 주일 업무에 열중했다.
 
교회 한 켠에 마련된 기도실에서는 교회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의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성도들은 릴레이 기도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 매일 교회에 나와 각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교회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권오서 목사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담임목사가 요즘은 오히려 성도들로부터 기도를 받고 힘을 얻고 있다”면서 “성도들이 품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마음들이 모여 교회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사고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곳곳에서 벌써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를 받고, 위로 방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주위에서 보내온 많은 관심에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춘천중앙교회가 돕던 많은 미자립교회들이 이번 소식을 듣고 십시일반으로 마음을 모아 교회 복구에 사용해달라며 헌금을 보내오기도 해 교회를 감동케 했다.
 
권 목사는 “사고 후 여러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는 것을 보며 ‘춘천중앙교회가 우리만의 교회가 아니었구나’를 깨닫게 됐다”며 “반드시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다시 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어려운 분들에게는 위로를, 한국교회 전체에는 소망을 주는 기회로 삼겠다”는 복구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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