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인 남편을 떠나 보내고 홀로 남겨진 사모들. 이들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 정서적 외로움, 정체성 혼란 등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교단 차원의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교회 내 홀사모들의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살펴봤다.
 
▲지난 2월 19일 예장통합 목회자유가족협의회는 여전도회관에서 <함께라서 오늘 더 행복합니다> 출판감사예배를 드렸다. ⓒ뉴스미션
 
홀사모 10명 중 6명 "'부채' 있다"
 
홀사모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아무래도 '경제적 어려움'일 것이다. 당장의 생활비 마련부터 시작해 자녀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예장통합 사회봉사부의 '목회자 유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80여만 원 수준이었으며 10명 중 6명은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직업훈련을 받지 못해 일자리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예장통합 목회자유가족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파출부나 식당보조 같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11.2%, 비정규직 근무는 7.2%였다.
 
남편과의 사별로 인한 교회 공동체와의 단절은 '사모'에 대한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마음 편히 예배 드릴 교회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홀사모들이 많다. 특히 교회 안에서 사모들의 전문성과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목회자유가족협의회 유숙연 회장은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사모들의 역량이 사장돼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우리 회원들 중에서도 목회자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사역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홀사모를 권사로 임명해 상담 사역을 맡기거나 어려운 가정을 돌보게 한 교회도 있었다"며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이 마련된다면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되고 홀사모들이 슬픔과 외로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대원 입학 시 홀사모들을 위한 특별전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가장으로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홀사모의 입장에서 남편의 사역을 이어가기란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신학교 입학 자체도 어렵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도 부족하다.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홀사모들이 새로운 사명 찾도록 도움 주어야"
 
홀사모들이 겪는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교회 안에서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단 차원의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교단들이 홀사모의 어려움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생활비나 장학금 지급 등 단기적 차원의 지원에 머물고 있다. 유족연금을 받는 경우도 10명 중 1명으로 극소수였으며, 홀사모를 위한 의무헌금 제도가 있어도 참여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예수자랑사모선교회(예자회)도 15년 동안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서야 선교센터를 완공해 자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예자회는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수익금으로 홀사모를 도울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예장통합은 지난 2007년부터 홀사모가 회원으로 있는 목회자유가족협의회를 총회 사회봉사부 산하 단체로 등록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교단 내 홀사모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지역모임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는 홀사모들이 모이기 쉽지 않아 7개 지역(강원, 충청, 영남, 호남1ㆍ2, 서울, 경기)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 것. 올해부터는 총회도 서울에서만 여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을 순회하면서 개최할 계획이다.
 
또한 하늘노래여성중창단을 조직해 슬픔 대신 기쁨을 나누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창단은 1년에 두 차례 세브란스 병원 환자들과 노숙인ㆍ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특송과 예배로 섬긴다.
 
유 회장은 "우리의 가장 큰 기도제목은 새 회원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며 "교단에는 홀로된 사람들을 위한 기구나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정식적인 기구로 발돋움해 홀사모들이 새로운 사명 가운데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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