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서거 71주년, 곳곳에서 ‘윤동주 열풍’이 심상찮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동주>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고, 출판계에선 그의 시집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추모 공연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동주 열풍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윤동주 시인의 서거 71주년을 맞아 국내 문화계에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영화, 공연, 출판 등 윤동주 시인 조명 작업 활발
 
지난 17일, 윤동주 시인의 삶과 사랑, 항일운동을 그린 영화 <동주>가 개봉했다.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첫 영화로, 비극적인 시대를 함께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저예산 흑백 영화로 제작됐음에도 22일 현재 누적 관객 약 23만 명을 기록하며 영화 순위 5위에 자리하고 있다.
 
다음 달 말에는 2012년 초연을 선보였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창단 30주년을 맞은 서울예술단이 윤동주 서거 71주년을 기려 선보이는 것으로 2013년 재공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격동의 시대, 비극의 시대를 살다간 시인 윤동주의 삶을 춤과 노래를 통해 표현했으며, 당시 자유와 독립을 꿈꿨던 순수한 청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출판계에서도 윤동주 시인에 주목했다. 이달 들어서만 10개에 가까운 출판사가 윤동주 관련 책을 출판하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그 중 한 권인 윤동주 유고시집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현재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부문 7위, 시 부문 1위를 오르며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상화, 상품화 경계해야…삶 본받으려는 자세 중요”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 어둡고 가난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삶을 고뇌하고 일제에 의해 억압 당하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파한 청년 시인으로, 특히 어려서부터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작품에 기독교 정신이 투영돼 있기도 하다.
 
그는 광복을 6개월 여 앞두고 옥중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서거하면서 이 세상에서는 짧은 인생을 살다 갔지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럼에도 그의 삶과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윤동주 열풍’ 현상에 대해 최근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을 쓴 김응교 교수(숙대)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윤동주의 시는 성찰의 언어로 쓰여진 것이 굉장히 많아 자극을 준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 2월에만 매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과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윤동주가 우상이 되고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소비되는 현상이 염려된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통을 위해 상품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정확히 잘 전하고 있는가는 살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윤동주 시는 자기성찰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사회를 변혁하는 데에 이르고 있다”며 “독자들 역시 윤동주 시집이나 상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가 생각했던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또한 윤동주를 '기독교 시인'으로 가두지 말 것을 강조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자세를 갖고,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모가지를 드리우는’ 실천을 할 때 이 사회에 진정한 그의 의도가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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