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곁으로 찾아오기 시작한 탈북민은 통일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교회도 탈북민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사역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하지만 탈북민 그리스도인들의 비율은 2001년 61.9%에서 2014년 34.8%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복음을 전하기 앞서 탈북민에 대한 이해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제343회 학술발표회가 개최됐다. 이날 박예영 대표는 '탈북민 신앙체험'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뉴스미션
 
탈북민, "교회에서 '따뜻함', '도와주려는 마음' 느껴"
 
한국기독교역사학회는 13일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제343회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예영 대표(New Korea Builders)는 '탈북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체험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실제 탈북민이기도 한 박 대표는 이번 연구에서 탈북민들이 기독교 신앙을 접하고 수용하는 전 과정을 추적했다. 이 과정을 △기독교 입문 △신앙 갈등 △신앙 극복 등의 단계로 구분했다. 또 탈북민 이해와 관련된 기존 연구들이 제3자인 한국교회의 입장에서 진행됐던 것에 비해 '탈북민 중심'으로 연구된 점도 특징이다.
 
박 대표는 "탈북민들의 출현은 '한국교회에게 북한 복음화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가장 먼저는 복음을 들어야 할 대상인 북한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연구목적을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 83명 중 53명이 복음을 처음 들은 곳이 '중국'이라고 답했다. 그 뒤로 한국(15명), 북한(14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복음을 처음 접하는 유형은 대부분 연령대가 젊거나 최근에 탈북한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접한 교회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긍정적(47명)'이었다. 부정적 인상을 가졌던 사람은 6명 정도였다. 구체적으로 '따뜻했다(16명)'고 느끼거나 '친절했다', '도와주려는 마음을 느꼈다', '잘 대해줬다'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 또한 일반적인 그리스도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무례한 그리스도인들의 행동, △주입식 성경공부 방법, △교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스템으로부터 오는 갈등 등이 주를 이루었다.
 
박 대표는 신앙갈등을 겪는 탈북민 그리스도인들을 도와줄 교회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들의 신앙을 흔드는 요인들은 아주 많다. 함께 기도해주고 고민을 해결해줄 그리스도인들이 없다면 이들이 예수님의 제자로 성장해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앙갈등을 겪었던 탈북민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극복했을까? 가장 많은 경우는 '성령체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목회자로서 조사에 참여한 한 탈북민은 "요한복음 18장을 읽다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모습을 읽으면서 성령체험을 했다"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마음으로는 그 사랑이 받아들여졌다. 그때 네 시간 동안 회개기도하고 울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탈북민 그리스도인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나님께서 하셨다'라는 고백을 하고 있다"며 "과거에 자신이 경험했던 신비체험이 성령체험이었다고 재해석하여 응답한 사람이 40명이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주변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통해서'나 '말씀공부와 전도', '본인의 의지와 결단' 등을 통해 신앙갈등을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가 '탈북민 목회자' 양성에 나서야"
 
박 대표는 탈북민을 위한 선교 과정에서 탈북민들을 복음을 전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탈북민과 가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사명이기는 하나 자칫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가장 먼저 그들이 북한을 떠난 동기와 시점을 파악하고 공감하는 마음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들을 하나님께 인도함에 있어 '북한'과 '북한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주는 효과는 절대적"이라며 "선교는 '정복자가 아닌 종'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서로를 통해 배울 것이 있다고 인지하고 탈북민들에게 북한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교회 차원에서 탈북민 출신의 목회자와 전문인 사역자 양성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통일선교의) 가장 좋은 전략은 탈북민 목회자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사역에 협력하는 것"이라며 "통일 이후의 신학을 모색할 수 있는 탈북민 신학자들을 배출하는 일도 한국기독교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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