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뒷전이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던 아이, 꼴찌만 하면서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아이, 가난과 부모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었던 아이들이 변화됐다.
 
스스로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나눔의 실천을 통해 인성까지 키우는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 윤경숙 이사장(55, 영광교회)을 만나 학교가 꿈꾸는 가치와 비전을 들어봤다.
 
▲꿈을 잃은 아이들에게 진로를 찾아주고, 나눔 실천을 통해 인성을 키우는 조리사관학교. 학생들이 밀가루 반죽에 여념이 없다.ⓒ뉴스미션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 아이들 진로 찾아
 
밀가루를 만지는 손놀림이 조금 서툴지만, 그럴싸한 반죽이 돼간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이 나오자 얼굴에 웃음꽃이 환하게 핀다. 자신이 만든 빵을 맛보고, 옆 친구에게도 나눠준다. 아이들은 매일 이 곳에 와서 자신의 꿈을 이뤄간다.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이하 조리사관학교)는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특화된 직업능력개발 훈련과정이다. 정규 학교에서 학생들을 이 곳에 위탁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한식, 중식, 제과제빵, 커피 등 전문 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실무 교육을 받는다. 올해는 헤어, 네일 등 미용 분야에도 신입생이 들어온다.
 
"공부를 못하면 아이들은 학교서나 집에서도 무시를 당하고 존재감이 없어요. 작년에 170명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했는데, 대부분 꼴찌 하는 애들이 많았죠. 그런데 여기 와서 아이들이 정말 많이 변해갔어요."
 
마음이 닫혀있던 아이들이 이 곳을 다니기 시작하며 변화는 시작됐다. 1,200시간의 기능 교육을 받으며 자격증을 따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한 분야의 '기술자'가 됐다.
 
자존감이 회복되고 진로에 대한 목표가 생기면서 막혔던 부모님과의 대화도 시작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찾아 취업을 나갔다. 호텔, 카페, 한식당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진로를 찾아가는 초석을 잡아주는 거죠.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돈으로 생각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내년에는 학생 숫자를 좀더 늘리려고 해요. 고용노동부에서도 아이들의 교육비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길이 될 수 있겠죠."
 
"섬김과 나눔 실천이 인성을 바꿨어요"
 
조리사관학교가 특별한 건 직업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기독교학교로 시작된 조리사관학교의 교훈은 '섬김과 나눔'이다. 아이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빵과 음식은 모두 나눔으로 열매를 맺는다.
 
아이들 스스로 만든 빵과 도시락을 가지고 병원, 쪽방촌을 찾아가 나눠주는 건 매일의 일상이 됐다. 매년 가을 열리는 축제 땐 연예인이 아닌, 쪽방촌과 어려운 이웃들을 학교로 초청한다. 아이들은 따뜻한 밥 한 끼와 선물을 이웃에게 대접한다.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 윤경숙 이사장ⓒ뉴스미션
생각지도 못했던 따뜻한 선물은 그 누구든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감동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아이들에겐 생활이 나눔이에요. 집에 가면서 경비원 아저씨에게도 나눠주고, 옆 친구에게도 나누고 식구들에게도 나눠줘요. 받는 사람이 느끼는 감동과 표현이 우리 아이들의 자신감을 살리는 에너지가 되더라고요."
 
아이들의 인성이 변화될 수 있었던 데는 윤경숙 이사장과 이형빈 목사 및 교사들의 신앙 가치관에 있었다. 모든 행사는 예배로 시작하지만 아이들에게 신앙을 강요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는 신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10층짜리 학교 건물은 윤 이사장이 십일조의 의미로 한 층을 떼어 예배당으로 사용한다. 이 곳은 매주 화요일 찬양집회로 예배를 드리는 곳이면서, 학생들이 목사님, 전도사님과 상담하고 놀 수 있는 쉼터다.
 
"목사님이 수업을 맡아 들어가시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지내시죠. 새벽에도 전화하면 아이들 이야기를 다 들어주기도 하고, 말 그대로 같이 놀아주는 거에요. 우리 학교는 예배실, 교목실, 목사님 호칭이 자연스러워요."
 
건물 꼭대기층 아담한 장소는 24시간 '기도의 집'으로 문을 열어두었다. 외부인이라도 누구든 이 곳에 와 기도할 수 있는 장소로 오픈된 곳이다. 이 곳에서 매주 윤 이사장과 이형빈 목사,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예배하고 기도한다.
 
"우린 철저하게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고, 거두는 건 하나님께 맡겨요. 선교가 꿈이었던 교사들도 몇 있는데, 우리는 여기가 바로 선교지라고 생각해요. 부적응했던 아이들이 이 곳에서 회복돼 나가는 것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껴요."
 
"우리 학교 비전이요? 아프리카 선교에요"

 
윤 이사장이 조리사관학교를 통해 꿈꾸는 비전은 바로 선교다.
 
인터뷰하는 당일엔 때마침 한동대 NIBC 신앙공동체 학생들이 조리를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요리를 배워, 러시아와 중국 지역의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떠난다고 밝혔다. 모든 교육과정은 조리사관학교에서 무료 지원했다.
 
윤 이사장은 학교의 기도제목이 아프리카에 직업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곳에도 대학교, 병원은 많은데 직업학교가 없고 가르칠 인력이 많이 부족해요. 초등학교도 못다닌 여성들이 배울 곳이 없는 거죠. 돈을 벌어야 생활이 되는 사람들인데, 그들을 위해 직업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이를 위해 약 2년 간 중국과 유럽을 순방했다는 윤 이사장은 이 선교사업을 위해 갈 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자신했다.
 
"시설과 장비가 있어야만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녀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조리할 수 있는 불과 그릇만 있으면 돼요. 시설, 장비는 필요 없어요. 하나님께 시설 완비해주시면 가겠다고 기도했었는데, 우리가 가진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깨달음을 주셨어요."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자신만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재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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