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
세계적으로 부의 불균형과 편중이 도를 넘어 자본주의의 위기로 까지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5 사회통합 실태조사 주요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72.3%가 경제·사회적 분배구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84%가 빈부격차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사회구성원의 삶의 만족도 역시 5.8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6.6점보다 한참 낮다. 사실상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마디로 한국인의 삶은 행복하지 못하다.
 
2015년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금수저 흙수저’다. 2위는 헬(hell:지옥) 조선이다. 부자이거나 잘나가는 부모 덕에 풍요를 누리는 사람을 금수저라 부른다. 그 반대의 처지가 흙수저다. 이 구분은 더욱 세분화되어 부모 재산이 20억을 넘으면 금수저이고 그 이하는 흙수저로 경계까지 구획 지었다. 1, 2위 검색어가 주는 시사점은 한국사회가 분배의 불균형으로 인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옥 탈출만큼 어려운 강고한 구조적 틀 속에 갖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그 경계선이다. 가진 자(금수저)와 가지지 못한 자(흙수저)의 경계, 행복(천국)과 불행(지옥)의 경계가 모두 돈으로 구획되어졌다는 것이 더 참담한 현주소다.
 
지난해 미국기업 페이스북의 창업자 CEO 마크 저커버그가 딸을 낳은 기념으로 자신의 회사보유지분 99%, 약 52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기부의 동기를 밝힌 편지를 올리면서, "내 딸을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기부금으로 자선법인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더 좋은 세상 만들기’에 쓸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이렇듯 거액의 재산을 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미 널리 알려진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의 주도로 만들어진 재산 절반 기부서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기부를 약속한 부호만 현재 140명으로 약 584조 원 규모가 약정돼 있다.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한결같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다.
 
우리나라의 부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한다. 이 수준은 OECD 34개국의 평균 9.7%와 비교했을 때 두 배에 가깝다. 부의 편중 실태가 쉽게 비교된다. 반면 기부문화의 싹은 아직 취약하다. 간간이 감동을 주는 사례들이 나온다. 최근 중견 제약회사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이 전 직원에게 자신의 주식 1100억 원 상당을 증여했다. 임 회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사석에서 “신약 개발로 기업가치가 높아졌지만 현금이 한 푼도 없어 안타깝다”고 고백한 일이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함께 동행해준 분들에 대한 배려가 아름답다. 임성기도, 정주영도 흙수저 출신이다.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20억의 금수저를 넘을 수 없는 경계로 삼아 스스로를 가두는 이 세태가 암담하다. 더 좋은 미래는 그 경계를 넘어야 찾을 수 있다. 도전하는 청년에게 극복 못할 장애는 없다. ‘더 좋은 세상’을 원한다면 경계의 감옥을 탈출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렵다. 희망의 징조다. 영웅은 난세를 기회로 태어난다. (내일신문 경제시평 2016.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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