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가 되면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많이 이뤄지는 것이 바로 '말씀 뽑기'다. 주로 송구영신예배나 신년예배 때, 여러 성경구절이 적힌 카드 가운데 하나를 뽑아서 그것을 새해 자신에게 주신 말씀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것이 '신년 운세를 점치는 무속적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돼,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무속신앙이 교회 안에 뿌리 내린 것?…"전혀 무관"

기독교싱크탱크 대표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는 최근 인터넷 카페에 '말씀 뽑기는 신년 운세를 점치는 무속에서 온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얼마 전 말씀 뽑기에 대해 비판한 글을 받았다면서, 이 글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그가 소개한 글은 "말씀 뽑기 행사를 보고 있자면 새해마다 복채를 가지고 한 해의 운세를 점쳐달라고 점쟁이를 찾는 불신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무속신앙에서 연초마다 신년운세를 점쳐보던 풍습이 ‘신년 말씀 뽑기’ 행사라는 이름으로 교회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희환 목사(사진 출처: 예수비전교회 홈페이지)
이에 안 목사는 "말씀 뽑기는 운세를 점치는 것이 아니다.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이 다 의미 있는 것이고 그 중 하나라도 잡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유익한 것이지 점을 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무속신앙에서 연초마다 신년 운세를 점치는 풍습과 말씀 뽑기를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약의 제비뽑기와 연결해서 말씀 뽑기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안 목사는 '제비뽑기와 말씀 뽑기는 당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제비뽑기는 어떤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알 수 없을 때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며 "반면 말씀 뽑기는 하나님의 뜻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여러 말씀들 중에서 자신이 뽑은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한 해를 살아가는 데도 그 말씀을 붙잡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 목사가 소개한 글은 "(말씀 뽑기) 행사에 참여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자신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시지만, 순수한 마음과 순진한 마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동기가 잘못됐고, 절차(행사의 모습)가 잘못됐다면 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자 안 목사는 "목회자 입장에서 성도들이 말씀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하게 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큰 문제일 것이다. 말씀 뽑기도 그런 마음의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말씀의 문맥 무시" VS "나쁠 것 없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안 목사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노재석 씨는 "말씀의 문맥을 무시하고 어느 한 구절만을 뽑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심판, 회개, 죄에 대한 말씀은 제외하고 잘 되라, 복 받으라는 말씀들 중에서 뽑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뜻인가"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백모 씨는 "실제로 말씀을 뽑은 성도들 중에는 (안희환) 목사님의 글처럼 되지 못하고 매이는 분들이 많더라"며 "하나의 말씀을 함께 공유하면 여러 오해를 피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모 씨도 "성경을 읽다가 나에게 주신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김모 씨는 "말씀을 가까이 하기 위해 말씀 뽑기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한 해 동안 묵상하고 자신의 말씀으로 취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 씨는 "이벤트성 행사로 시작됐지만, 받아든 말씀을 소중히 여기고 결단하는 마음은 참으로 좋다고 본다"며 "다만 말씀 뽑기 하면서 헌금을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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