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홍 기고] 걸으라, 그러면 행복할지니...

주도홍 교수 (백석대학교)

등록일:2014-10-28 15: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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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리 바빠도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이른 아침에 아직 해가 동녁에 떠오를 때 이슬 맺힌 길을 그리고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인기척이 끊긴 밤에 걷기를 즐겨한다. 왜 자꾸만 걸으려고 할까? 그만큼 걷기가 주는 유익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삶은 독일 유학 시절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꽤 오랜 이야기인데, 30년 이상의 나의 일상이다. 걷기의 축복은 동서고금을 통해 밝혀진 것이기도 하다. 사실 동서의 사상가들이 이 걷기로부터 많은 지혜와 착상ideas을 가져왔다. 그들에겐 자신들이 좋아하는 산책로를 몇 개씩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 가면 그들은 시냇소리를 들으며, 사슴과 노루, 고라니와 꿩을 만나고,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탄호성을 질러야만 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종종 천국을 맛보았던 것이다. 

현대인은 수많은 종류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걷기는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명약 중에 명약이다. 또한... 현대인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생각함은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현대 물질문명은 인간을 홀로 두지 않고, 가만 두지 않는다. 유익이라는 명목 하에 수없이 인간의 눈과 귀를 괴롭힌다. 지하철에 타보면 현대인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그들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게 되었다. 쉬는 시간, 진정한 안식을 잃어버린 현대인을 목격한다. 

먼저 일컬을 수 있는 주범은 스마트폰이며, 다음은 TV 등 언론매체이고, 그 다음은 수많은 상업 광고이다. 어디에 눈을 돌려도 여백은 없고 사람들의 눈 앞에 무례하게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쓰나미를 만난 기분이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그것이 본래부터 주어진 삶인양 그저 받아들이며, 한없이 시달리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조그만 생각해 보면 이것은 현대인의 거대한 비극 중 하나라 하겠다. 이상하게 들릴 줄 모르겠지만, 이러한 삶이야말로 시골의 정숙, 여백, 침묵, 공간, 고독, 여유를 누릴 수 없는 공해 도시 현대인의 아픔인 것이다. 

그렇지만 걷기를 생활화할 때, 누리는 행복이 있다. 경험으로 얻은 몇 가지만 말해 보려 한다. 

첫째, 건강해진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자꾸 걸을 때 몸이 따뜻해지고, 엔돌핀이 나와 상쾌해진다. 어느 듯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쾌적의 상태에 있게 된다. 물론 조금 빠른 걸음으로 최소한 30분 정도 걸을 때이다. 이렇게 걷다 보면, 한 시간은 너무 짧아 기꺼이 두 시간도 걸을 수 있게 된다. 왜? 행복하니까! 

둘째, 기도와 묵상이 생활화 된다. 걷는다는 것은 적나라한 자신과의 마주침이다. 자연 속을 걸을 때, 사람들은 본래부터 주어졌던 자연 속에 둘러 쌓인다. 자연과 조우하며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지는 소리를 들으며, 엄마의 자궁처럼 자연은 인간을 가장 사랑스런 상태로 품어주고 이끌어 준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가장 최상의 자리로 초대된다. 많은 착상이 필요할 때 걷기는 최고의 자리로 사람들을 이끌어준다. 특히 창조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 어찌 창조적 사고가 요구되지 않은 자리가 있겠는가!

셋째, 사랑이 증가된다. 정서가 풍부해지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려와 여유를 갖고 바라보게 된다. 인간관계가 원활해진다는 말일게다. 가을이 오면 우울해진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다가오는 추위와 함께 동면을 준비하는 동물들 마냥 점점 혼자만의 방으로 움추려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점점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삶으로 자신을 가두는 사람들이 된다. 그들은 아직 추위가 저 만치인데 무서워 떨며 가장 먼저 감기 예방접종을 서두른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먼저 밖으로 나가 미소지으며 태양을 마주하며 활보하기를 권한다. 가능하면 이쁜 운동복, 운동화 그리고 멋진 캡을 쓰고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오늘 나는 이름도 모르는 충청도 아름다운 가을 산골마을을 찾아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 반이상 자연 속을 걸으며 얼마나 행복했던지를 다시 떠올린다. 늦가을 활짝 핀 노오란 산국이 그리고 잎이 다 떨어진 채 매달려있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빠알간 감들이, 그리고 추수를 기다리는 노오란 서리태 콩대들이 눈에 선하다. 물론 시골집 앞을 지날 때 사납게 짖어대는 진돌이의 살벌함도 피할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이 찬란한 그러나 곧 사라질 가을 속을 부디 걸을지니, 그대는 진정 행복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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