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교계 문화 행사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수 공연, 기독교 역사를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는 희귀 사진 전시회, 강연.연극.콘서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CCM 축제 등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방학이나 휴가로 얻은 여유를 안고 편하게 공연도 보고 그 길 옆 시원한 궁궐 숲을 걷거나 예쁜 찻집에 들러 잠시 더위를 식히는 것은 어떨까.
 
 ▲내달 열리는 '예배프롬 2014 축제'에 참여하는 컨티넨탈싱어즈 모습. (한국다리놓는사람들 제공)

기독교 문화를 총체적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축제

한국다리놓는사람들이 기존 예배인도자컨퍼런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예배프롬 2014 축제’를 연다. 오는 8월 15~16일까지 상도중앙교회(7호선 숭실대입구역)에서 이틀간 진행되며, 토크콘서트와 뮤지컬, 전문가 강연 등이 준비돼 기독교 문화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다리놓는사람들(대표 박정관)을 비롯해 워십빌더스(대표 박철순), 엔터테인먼트 GCM(대표 안찬용), 추미디어앤아트(대표 추연중), 필름닷(대표 김경진), 문화연구원소금향(원장 박정관)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주)미디어기획프롬이 주최하는 대규모 공동 프로젝트다.

프롬은 원래 프롬나드콘서트(Promenade concert)의 준말로서 축제분위기의 콘서트를 의미한다. 기존 예배컨퍼런스에 프롬의 성격을 더한 것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예배축제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예배프롬 측은 “오늘날 예배는 음악을 포함한 여러 전통적인 예술 장르뿐만 아니라 영상처리, 음향설비, 무대디자인 등으로 연결되어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며 “이러한 시대적 요청이 있는 상황에서 예배 사역자와 예배 예술인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건강한 기독교문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순례자의 삶, 가족애 등 기독교 메시지 풍부한 공연

‘천국을 향한 순례’, ‘가족애’ 등 선 굵은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도 여름 관객을 기다린다.

연극 ‘천로역정’이 CTS기독교TV(회장 감경철) 아트홀에서 오는 8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존 버니언의 원작소설 〈천로역정〉을 무대로 옮긴 연극으로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으며 참된 신앙과 복음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북촌아트홀에서 먼저 공연돼 잔잔한 감동으로 입소문이 퍼진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존 번연의 주옥 같은 시구들이 노래로 창작되어지고 국내 연극무대와 뮤지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앙인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어 기대가 높다.

작가 존 버니언은 책 머리말에 ‘당신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어리석은 행동을 떨쳐버리고 밝고 유쾌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싶은가? 재미있는 수수께끼들과 그 답을 알고 싶은가? 혹은 나름의 묵상에 잠기길 원하는가?’라는 의미 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천국을 향해 떠나는 주인공 순례자를 통해 현세의 잠시 동안 안락함이 아닌 영원한 진리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조용히 말해준다.

공연은 목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8시, 토요일과 주일은 오후 3시에 진행되며 학생 및 단체는 특별 할인해 준다.
 
 ▲특별한 공연 '안내견 탄실이'의 연습 장면. (유투브 YouTobe 갈무리)

또 다른 작품인 ‘애기똥풀’은 2002년 시작되어 올해 11년 된 국내 대표적인 창작 아동공연이다. 야생화인 애기똥풀의 이름에 담긴 사연을 아름답고도 따뜻한 가족애로 풀어내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아기 제비가 눈이 아파 힘겨워할 때 어미 제비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힘들게 약초를 구해 아기 제비 눈에 발라주어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애기똥풀 꽃말에는 ‘부모님의 몰래 주는 사랑’이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현재 한방에서는 백굴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한약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번 공연 관람을 통해서 자녀들이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기똥풀'은 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온 작품으로 그 인기에 힘입어 중앙 M&B 출판사에 의해 동화책으로도 발간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한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공식 초청되어 국악 뮤지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서울 종로 북촌아트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북촌아트홀 바로 옆에는 돈화문, 창경궁이 있어 공연 이후 궁궐 숲길을 걸을 수도 있다. 공연 문의는 02)988-2258로 하면 된다.

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시각장애인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도 하나 소개한다. 최근 한 시내버스 기사가 시각장애인의 안내견 승차를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토대로 사회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된 작품 ‘안내견 탄실이’가 그것이다.

고정욱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가방을 들어주는 아이’에 나오는 안내견 탄실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인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이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가족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했다.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은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이 공공 기관, 식당 등에서 차별을 받거나 출입을 통제당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서로 돕고 서로를 배려하는 동반자의 삶을 살고 있으며 신체의 일부인 눈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뮤지컬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실제로 시각장애 2급의 김희진씨 가 주인공으로 나와 더욱 화제가 되고 있으며, 8월 8~25일까지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공연된다. 문의는 0206737-0900으로 하면 된다.

"꼭 보자", 한국교회 성도들의 거룩한 신앙의지

개신교의 교육 요람인 이화학당, 배제학당, 연희전문학교는 과거 구한말 시기 어떤 모습이었을까. 선교사들의 손때가 묻은 유서 깊은 학교들의 초창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준비됐다.

‘구한말 이후 기독교학교 사진전'은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의 올해 대표 기획전시회로써 1893년 예수교학당 사진 외 49점을 선보이고 있다.

‘신앙과 교육이 어우러진 전인 사회복지의 장-예수교학당’, ‘봉건적인 조선의 사회와 백성을 일깨운 근대 교육의 시작-배재학당’, ‘극빈자와 맹인들을 위한 고아원학교-진페리의 고아원학교’, ‘민족운동의 중심에 선 청년지도자 양성-YMCA학관’, ‘성차별과 신분의 벽을 허문 여성 해방의 출구-이화.배화학당’, ‘민족과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지도자 양성-연희전문학교’ 등의 제목으로 각 학교의 특징을 설명해둬 이해를 돕는다.

특히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배재학당 시절 찍은 희귀 사진도 눈에 띈다. 1902년경 촬영된 것으로 학생들 사이 이승만의 앳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덧붙여 특별프로그램으로 1900년대 기독교학교 교복을 착용하는 등 재현 체험도 가능하다.

‘구한말 이후 기독교학교 사진전'은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초지1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에서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린다.

아직 가지 않았다면, 맘먹고 꼭 가봐야 할 전시회가 있다. CBS 창사 60주년을 기획 ‘한국교회 성경필사본 전시회’가 그것이다.

전시회에서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직접 쓴 320점의 성경 필사본과 대륙별 언어 성경, 최초의 한글 성경을 함께 볼 수 있다. 병풍, 거대한 책, 화장지 등 모양과 재질은 달라도 수십 년 혹는 수년 동안 밖깥 출입을 자제하며 오로지 성경 쓰기에 열중했던 이웃의 거룩한 신앙심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한국교회 성경필사본 전시회’는 오는 7월 31일까지 서울 목동 CBS 사옥 7층 특별전시실에서 지속된다.
 
 ▲배재학당과 이승만(창문에 앉은 이 중 왼쪽).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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