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0주년을 맞이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가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100년을 준비해가는 자리를 마련했다.
 
 ▲12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교회협이 마련한 '90주년 성찰과 100년을 향하여'라는 주제의 에큐메니칼 선교정책협의회가 열렸다.ⓒ뉴스미션

"민주화 이후 퇴행한 교회, 철저하지 못하면 변화 못해"

교회협은 12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90주년 성찰과 100년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에큐메니칼 선교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선교정책협의회는 목회자들의 사회적 물의 발언과 교회에 대한 비난 속에서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과거 역사에서 교회협을 축으로 하는 기독교계가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의 기독교는 한국사회의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하면서 비판받는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했다. 

이날 선교정책협의회에서는 이러한 기독교의 모습을 성찰하고 새로운 선교과제의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발제자로 나선 최형묵 목사(한신대 외래교수)는 "교회협이 성장주도형 교회와 대응의 길을 걸어 왔고, 세간의 비난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면책될 수는 없다"면서 "뼈아픈 자성의 계기를 갖기 위해서라도 세간의 시선에 비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지난 시절 교회가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투쟁의 대열에 참여했을 때 그 참여 자체로 교회의 변화가 이뤄지리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시대 교회가 오히려 퇴행화한 현상은 교회 스스로의 변화가 불철저했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고 말하면서 변화의 과제를 제시했다.
 
 ▲선교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모습(좌측부터 최형묵 목사, 남재영 목사, 이범성 교수)ⓒ뉴스미션

"에큐메니칼 운동, 구조적인 개혁 있어야"

이범성 교수(실천신대)는 에큐메니칼 선교과제의 방향성을 모색하면 WCC의 선교과제를 모델로 한국교회에 필요한 선교과제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예언자적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의 에큐메니칼 운동도 대형교회를 동원시키는 등의 비에큐메니칼적 방법에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에큐메니칼 운동의 경영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조직'으로서 재정적 자원이 줄어들 가능성은 계속 직면하게 될 수 있으나, 운동 내부의 재정적인 변화를 다루면서 의제들이 수입원에 따라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선교정책협의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등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교회가 위기상황에 있음을 진단하면서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교회협이라는 제도권 교회의 구조적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최형묵 목사는 "교회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제도권 교회에 한정되지 않는 구조개편이 있지 않고 이런 위주로만 (교회협)이 갈 것 같으면 구조상으로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범성 교수 역시 "제도권 교회 한계일 수도 있지만 새 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자꾸 헌 부대에 담는 것 같다"며 "에큐메니칼 운동은 에큐메니칼 방식으로 해야지, 그 정체성이 다수가 되거나 기득권의 자리에 올라가는 거나 그런 것이 향후 방향이 돼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에큐메니칼 선교정책협의회는 매년 선교과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로, 발제 후에는 신학일치, 정의평화, 화해통일, 양성평등, 생명윤리, 청년 등 각 분야별 토론과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김영주 총무는 이날 선교정책협의회에 대해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떤  철학과 신학 위에 세워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교회의 개혁과 우리 사회의 개혁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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