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은 전도하지 말라고 하고, 집은 어려운데 자꾸만 헌금을 내야 하고… 상식에 안맞는 일들을 보고 신천지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신천지를 탈퇴하려다 부모에게 모진 폭행을 당해 집을 나온 박주연 씨(가명, 28)는 청각, 언어 장애를 가진 농아인이다. 박 씨의 피해 사례는 신천지에 빠진 이들의 가정파괴 현상과 비윤리적인 종교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청각, 언어 장애가 있는 박주연 씨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피해 사례를 노트북에 작성하거나 수화통역사(사진 오른쪽)에게 이야기했다.ⓒ뉴스미션

“맞다가 생명 위협 느꼈다”…부모 피해 도주
 
앳되고 여린 외모의 박주연 씨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씨는 지난 달 말 부모의 협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집을 빠져나왔다. 신천지를 탈퇴하겠다는 박 씨의 결심에, 신천지 골수 신자인 부모님이 그녀를 무섭게 다그쳤다.
 
박 씨는 “신천지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바로알자 사이비 신천지’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서 게시된 글들을 며칠밤을 새가며 읽었다. 카페에 신천지 경험담을 올렸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사단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왜 활동을 했냐’며 캐물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아침부터 내가 회사에 가는 걸 막고 부모님이 휴대폰을 뺏고 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시간 동안 계속 맞은 것 같다. 뺨을 때려 코피가 났고 머리채를 당겨 방바닥에 내리쳐 발로 걷어찼다. 엄마는 ‘왜 우리까지 위험하게 하고 피해 오게 만드냐. 카페 활동은 아주 큰 죄다. 사단 마귀가 씌었다’며 화를 냈다. 계속 맞다가 목숨에 위협을 느껴 즉시 회개하겠다고 연기해 폭행이 멈췄다”고 말했다.
 
온 얼굴이 붓고 멍든 것을 본 친구가 도움을 줘 집을 피해 나오기는 했지만 오갈 곳이 없는 박 씨의 상황은 막막하기만 하다. 부모님이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납치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를 한 상태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헌금은 내야 하고…”
 
박 씨는 부모님을 따라 8년 간 신천지 교회에 출석했다. 부모님은 7~8년 간 신천지교회를 다니고있고 부구역장, 복음방 강사를 하는 등 신천지 골수 신자다.
 
박 씨는 부모님이 당시 신용불량자에, 생활이 너무 어려워 의지할 데가 없으니 신천지 교회에 깊이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동생도 농아로 태어났다. 수화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그녀와 달리, 동생은 수화를 배우지 못해 소통이 어렵고 의사표현을 못하는 데다 부모의 관리 부실로 조울증, 정신분열증이 심각한 상태다.
 
박 씨는 “엄마가 일을 안하고 전도에 집중하다보니 동생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생활은 어려운데 일용직 일을 하는 아버지가 매번 헌금을 내야 했고, 월세와 공과금 등이 많이 밀리면서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내가 일하면서 생활비를 댔다”고 설명했다.
 
친구 전도하려 하니 "장애인은 곤란하다"

신천지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전도 때문이었다.
 
박 씨는 “나도 열매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에 청각장애인 친구를 전도하려고 개인정보를 구역장에게 말했더니 ‘장애인은 곤란하다. 다른 친구는 없냐’고 되물었다. 그 때부터 혼란이 오기 시작해 일주일 간 잠도 못자면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신천지를 자세히 알아봤다”고 말했다.
 
‘바로알자 사이비 신천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단상담소를 방문, 상담을 받은 박 씨는 “생각이 완전히 100% 달라졌다. 처음엔 신천지가 가짜일 리 없다고 믿어 혼란스러웠는데, 이제는 신천지가 잘못 가르친 부분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녀에겐 올무와도 같았던 신천지를 빠져나왔지만, 몸에 생긴 멍만큼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박 씨는 “혼자 독립해서 일 열심히 하며 살고 싶다. 친구들과 음악활동 같은 것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마음대로 못해 이제 자유롭게 하고 싶다. 앞으로 신천지 말고 친구가 다니는 농아인교회도 같이 가보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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