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목사는 교회 내 30대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이들의 고민에 대한 답변을 나눈 ‘서른통’을 출간했다. ⓒ뉴스미션

‘죄와 은혜’ 같은 무게감 있는 신학 서적의 저자이면서 일반 독자들에게도 ‘게으름’, ‘개념없음’과 같은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가 ‘서른통’을 출간했다. 취업과 직장생활, 결혼과 육아로 새로운 생애주기를 열어가는 30대들과 만나 ‘먼저 살아본 선배’로서 소통한 내용을 풀어낸 것이다.
 
“성경 지식 있어도 세상 잣대로 살고 있는 모습, 의외”
 
신앙이 있어도 자신의 삶에서 마주치는 문제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30대들에게 김남준 목사는 ‘정답’이 아니라 ‘힌트’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30대와의 만남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지식을 갖고도 실천적인 문제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것을 봤다.
 
“우리교회는 신앙교육을 철저히 시키기 때문에 한 10년 정도 다니면 기본적으로 신학책 40권 정도는 공부하게 된다. 그런데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가장 실천적인 문제에 대해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확실한 답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난해 30대 청년 30명과 3시간씩 3번을 만났다. 그들이 고민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성경적으로 가장 실제적인 답변을 주고 싶었다”
 
실제로 청년들을 만나보니 어땠을까. 김남준 목사는 30대 청년들이 성경을 알면서도 성경적 지식을 판단 근거로 삼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다.
 
“청년들을 만나보니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것이 종합적이지 않았다. 성경적 지식이 있는데도, 세상으로부터 익숙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많았다. 신앙이 깊어 보이는 사람들조차 그렇더라. 의외였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조차 답을 못 내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직장에서 부도덕한, 비윤리적 행위를 하면 판단을 하고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더라. 질문을 그대로 남겨둔 채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의 괴리’를 보게됐다”
 
“아는 것만으론 못 산다, 은혜가 있어야 산다”
 
예상보다 ‘신앙적’이지 못한 청년들을 만난 김남준 목사의 평가는 분명했다. 이들이 흔들리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올바르게 판단을 못하는 경우와 판단은 했지만 그대로 할 힘이 없는 경우였다. 김 목사는 전자는 지식의 부족이고 후자는 은혜의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올바르게 안 다음에는 그대로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김남준 목사는 앎과 삶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성경에 대한 지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 사람들에 대한 지식이 그것이다.
 
“30대는 격변하는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안정감이 없고 모든 것이 어렵다. 교회에서 굉장히 열심히 섬기던 형제들이 이런 과정 중에 이혼하기도 한다. 상대와 나 자신에 대한 무지와 사랑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좋지 않은 결과다. 성경을 많이 알고, 신앙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기를 포함한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는 지식이 모자랄 경우에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40대 후반 어느 선교사와 상담을 했다. 젊은 날에 미종족 전도에 헌신해 20년을 뜨겁게 살아왔는데 요즘엔 기도도 하기 싫고 자신의 일에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이나 마음이나 생각이 기계 같아서 은혜가 오면, 죄가 나가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신앙의 유무와 다르게 모든 사람에게 오는 몸의 기능적인 것들이 있다. 신앙과 상관없는 감정의 불규칙 같은 것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이런 것들로 우리 삶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 사람들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김남준 목사의 30대는 어땠을까. 지금의 30대가 가장 심각하고 절실해 보여 ‘서른통’을 썼다는 답변과 반대로 김남준 목사는 그 시절을 ‘깊이 헌신된 때’라고 회고했다.
 
“21살때 회심했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초기에는 가치와 신앙적 견해로 방황을 많이 했다. 그 뒤로 25살때 하나님께 깊이 헌신하고 20대 후반부터는 안정적이었다. 삼십대에는 갈 길이 분명해서 내 깐에는 헌신적으로 살았다. 후회가 되는 것이 없진 않지만, 열심에 대해서는 다시 그렇게 못 살 정도로 살았다”
 
 
 ▲김남준 목사는 사상적으로 성숙한 기독교를 통해 앎과 삶이 일치한 그리스도인이 많아지기를 소망했다. ⓒ뉴스미션

“앞으로 ‘마흔통’, ‘쉬흔통’도 쓸 예정, 인생에 대한 세밀한 접근 필요”
 
김남준 목사는 앞으로도 마흔통, 쉬흔통으로 이어지는 세대에 따른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 살아오면서 또 목회하면서 세대별로 달라지는 삶의 무게를 경험했고,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필요성을 느낀 까닭이다.
 
“똑같은 고깃덩어리라도 푸줏간 고기와 우리 인체는 다르다. 우리의 몸과 영혼은 조심히 다뤄야 한다. 조국교회는 인간의 몸과 영혼을 의사처럼 조심스레 다루기보다 푸줏간 주인처럼 다루지 않았나. 살아보지 않은 세대의 삶과 고민을 살아 본 사람만큼 이해할 수는 없다. 또 겪는다고 해서 반드시 많이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세계관과 인생관, 사상적인 지식과 자기신념이 제대로 갖추어진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안 갖춰진 사람의 경험과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나. 30대의 고민과 40대의 고민, 50대의 고민은 사뭇 다르다. 이런 시기별 고민은 누구도 피해갈 수가 없다. 그리스도인이라도 모두 그런 걸 겪는다.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얘기하고 싶다”
 
생애주기에 따라 겪는 문제는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공통적인 문제다. 그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의문 역시 기독교인이라도 예외없이 겪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극복해 가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회가 이런 삶의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을 해 주지 않는다. 교회에서 답을 제시하지 않는 사이에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종교인, 철학자들이 그들의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답과는 차이가 있다. 김남준 목사가 소통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다.
 
“기독교가 사상적으로 심화되면 좋겠다. 기독교의 영향력은 두 가지다. 사상적인 영향력과 윤리적 삶이다. 오늘날과 같이 상대주의적인 시대에는 내가 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야하는가 대한 사상적 기반이 약하다. ‘내가 좋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데 뭐’ 이런 대답이 많다. 기독교가 사상적으로 깊어져서 그리스도인이면 그리스도인답게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고 행복과 인생의 가치에 대한 견해를 갖도록 깊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사상적인 힘을 가진 목회자와 설교가 나와야 그런 성도들도 나올 수 있다. 또 하나는 윤리적 삶이다. 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삶을 보이는 거다. 2세기 교부 테르툴리아누스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과 다른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들도 아는 바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다른 삶을 살아낸다는 거다. 그런 삶은 단순히 감동을 주는 삶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를 두는 삶이다.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사상과 윤리를 엮어서 가능하게 해주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있어야 아는 것처럼 살아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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