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차기 대표회장직을 두고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경서교회)와 기하성 소속 엄기호 목사(성령교회) 두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후보자들의 공청회가 열려 주목을 모았다.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 공청회를 앞두고 두 후보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왼쪽 홍재철 목사, 오른쪽 엄기호 목사)ⓒ뉴스미션

엄기호 목사, WCC 등 관련 의혹 공청회서 해명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이하 한기총) 제19대 차기 대표회장 후보자들의 공청회가 10일 오후 2시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가 단독 입후보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엄기호 목사가 9일 후보로 등록해 초미의 관심 속에 열렸다.

대표회장 후보로 새롭게 등단한 엄기호 목사는 한기총 선관위원회에 제출한 ‘확인서’를 통해 항간의 논란을 불식시켰다.

특히 WCC를 지지하고 WCC 부산 총회에 협력했다는 한기총 선관위의 지적에 대해 엄 목사는 “WCC에는 관여한 일도 없고, 협조한 일도 없다. 참석했다는 표시로 내 얼굴 사진이 있다면 이 시간 즉시 사퇴하겠다”며 “우리 교단에도 물어보니 WCC에 가입한 일도 없고, 오순절의 날이라고 해서 여의도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달 한기총 임시총회가 끝난 후, 일부 대의원들이 회의 진행의 불법성과 결의 무효를 주장하는 서명에 동조한 일에 대해서는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엄 목사는 “정관 개정 시 발언과 토의도 있어야 하고 비밀 투표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찬반 숫자를 정확치 않게 센 부분도 의아했다. 그래서 서명했다”면서도 “하지만 선관위원장이 '임원회와 실행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가부만 묻는 것이었다'고 추후 해명해 법이 그렇다면 따라야 한다고 판단,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계 전반으로 논란이 됐던 류광수 목사, 박윤식 목사에 대한 한기총의 이단 해제 건에 대해서는 “두 사람을 내가 잘 알지도 못한다. 첨예한 문제라, 대표회장 돼서 생각할 일이지 여기서는 대답 못드린다. 월권이라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재철 목사 “한기총 위상 떨어져? 역사가 판단할 일”

현직 대표회장 직함으로 별도의 추첨 과정 없이 기호 1번을 거머쥔 홍재철 목사는 소견과 질의응답에서 지난 2년 임기 동안의 치적을 드러내고 정관 개정, 이단 해제에 대한 논란을 포장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홍 목사는 “정부에 요청해서 역촌동의 15만평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역 노숙자 전원을 그리로 인도하고 노숙자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또 불교에서 하는 템플스테이처럼 홍천군에 30만평 대지를 조성, 한기총의 템플스테이를 만들려고 한다. 한국 기독교 내부 숙원사업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핀 수해로 여러 군데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필리핀에 ‘한기총 마을촌’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곳에 정착촌을 만들고 한기총 기념교회, 마을촌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년 간 예장통합, 예장합동 등 굵직한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하면서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이란 명분이 무색해진 데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하지만 홍 목사는 “시대와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다들 나보고 얼마 못가고 포기할 것이라 했는데 나는 온갖 모략과 비판에도 이겨냈다. 통합과 합동이 떨어져나간다고 한기총 위상이 추락했다는 말은 불쾌하다. 하나님이 지켜주면 단체는 영원히 보존된다”며 항변했다.
 
 ▲공청회 중 두 후보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보였다.ⓒ뉴스미션

“방 좀 빼라” vs “한기총 위해 뭐했나” 신경전

공청회 중에는 두 후보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보였다.

엄기호 목사는 홍재철 목사를 향해 “2년 전 홍 목사님이 출마를 하셔서 양보를 했고, 연임하시는 바람에 내가 1년을 더 기다렸다. 이번에는 의례 양보해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제 방을 좀 빼줘야지 그대로 계시면 좀 그렇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에 홍 목사는 “엄 목사는 일년 동안 한기총에 한 번도 안나오셨다. 내가 대표회장이 되면 이번만은 결석하지 말고 한기총을 열심히 돕길 바란다”고 지적하며, “나는 3년 간 WCC 를 전면에서 반대하며 적도 많았고 고통도 당했다. 그런데 지난 해 WCC를 지지하는 성명에는 엄 목사님 이름과 사진이 분명히 나갔다. 이 사실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2파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오는 21일 열리는 대표회장 선거에서 나올 결과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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