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제 10차 부산 총회 한국 준비위원회(KHC)는 지난 7일 기독교회관에서 확대 집행위원회를 열고, 부산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7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KHC 확대 집행위원회 광경.ⓒ 뉴스미션

이날 확대 집행위원회는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가 KHC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하고, 교회협 회원 교단 등을 중심으로 집행위원회가 공식 가동됨으로써, 집행위원회를 통한 총회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위한 교회협과 회원 교단, 그리고 KHC 사이의 협력 관계가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는 집행위원회를 구성하는 교단 총무들 이외에 교단별 부산 총회 준비위원회 위원장과 실무자, 그리고 교단 총회의 에큐메니칼 관련 부서 실무 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 자료집에 명기된 회의 안건 역시 ‘교단 협력의 건’과 ‘기타 안건’ 단 두 가지였다.
 
김영주 집행위원장 역시 회의 벽두 인사말을 통해 “부산 총회가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총회가 되기를 바라며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운을 뗐다. 조성기 사무총장도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부산 총회 성공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회의 내용은 시종일관 KHC 상임위원회와 집행위원회 사이의 ‘주도권을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으로 흘렀다. 그동안 부산 총회 준비를 위한 작업을 KHC 상임위원회가 사실상 독점해 왔고, 김 총무의 복귀와 교단 총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의 복원은 이같은 ‘독점 구조’를 상당부분 무력화시키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기싸움의 서막을 알린 것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아침에 집행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니 구체적인 것은 거기서 논의하기로 하고, 오늘은 첫 번째 모임인 만큼 서로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하자”는 김 집행위원장의 발언이었다. 구체적인 사업의 내용은 집행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배태진 목사가 거들고 나섰다. “보다 바람직한 운영을 위해 상임위원회가 대부분의 안건을, 그것도 몇몇 분이 합의구조 없이 결정했던 구조에서 탈피하자”고 말하고 나선 것이다. 배 총무는 보다 구체적으로, “정신이나 방향 등 큰 지침은 상임위가 맡고 구체적 사업이나 예산은 집행위원회가 협의해서 일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상임위원회의 승인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상임위원회로 들고 가지는 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은 결국 앞으로 준비 작업의 주도권을 상임위원회가 아닌 집행위원회가 잡고 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교단 총무들과 교단 실무자들도 합세했다.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김광준 신부는 “KHC가 내놓고 있는 내용을 대충 알고는 있지만, 한국교회가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나 특히 인적 자원을 제공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고, 따라서 회원교단들도 전혀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계획도 전혀 잡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KHC가 그동안 해 온 준비 작업이 회원 교단과는 아무런 논의나 상관도 없이 진행돼 왔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 해외선교부장 천민희 목사도 KHC의 논의가 지나치게 ‘명망가’ 위주로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자원봉사자들과 청년,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KHC 상임위원 중 한사람인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종훈 감독은 “이 자리가 어렵게 만들어졌고, 또 총회 내용도 대충 정리가 됐으므로, KHC가 그동안 추진해 온 것은 그대로 가면서 교단 총무들이 제안하는 것을 가미하는 형식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김 집행위원장은 “사업은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중요한 사안은 상임위원회 개최를 요청해서 논의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을 기획, 시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부산 총회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교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므로, 앞으로 집행위원회에 교단 총회 실무자들이 배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회의는, 앞으로 교단 총무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부산 총회 준비 작업을 관장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밝힌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며 집행위원장 복귀를 결행한 김영주 총무의 의도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 자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주도권’을 둘러싼 집행위원회와 상임위원회의 계속되는 ‘기싸움’의 서막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집행위원회가 주도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예산 문제와 이에 뒤따르는 사업 내용의 조정 등을 둘러싸고 계속적인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예산’, 즉 ‘돈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주 열린 첫 번째 집행위원회애서 교단 총무들은 ‘교단 분담금의 현실화’를 주장했다. 따라서 다음 집행위원회에서는 교단 분담금 문제가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KHC가 각 교단에 배정한 분담금이 너무 많아 교단으로서는 내라는 대로 다 낼 여력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서 교단 분담금 수입이 계획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예산이 줄어들 경우, 사업 내용의 조정 역시 불가피해진다. 그렇지만 이것은 KHC 역시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날 회의에서 조성기 사무총장이 해외순례 설명회, 즉 이른바 ‘빛의 순례’ 프로그램을 아프리카와 제네바를 방문하는 내용으로 한 차례만 더 하는 것으로 마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빛의 순례 프로그램을 계획대로 진행할 만큼 예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 중 일부는 “KHC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이 이름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나 한국 교회의 참여 방안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업 자체도 구체성이 결여돼 있는데다가, 그것을 위한 예산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집행위원회를 통해 사업의 내용이나 예산이 대폭 수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KHC 상임위원회와 집행위원회 사이의 논란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조정하면서 부산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얻어야 하는 바를 얻어 낼 것인지의 문제가 지금 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집행위원회에 걸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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