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위한 협력위원회(이하 협력위원회, 위원장 윤길수 목사)와 부산 총회 한국준비위원회(KHC) 사이의 ‘부산 총회를 위한 실무협의회’ 첫 번째 모임이 지난 8일 기독교연합회관 KHC 사무국에서 열렸다.
 
  ▲8일 열린 실무협의회 1차 모습.ⓒ뉴스미션

교회협과 KHC의 만남, 비용 '결제권' 두고 신경전
 
‘실무협의회’는 이름 그대로 부산 총회 준비를 원활하게 해 나가기 위해 교회협 협력위원회가 제안한 것을 KHC가 수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실무협의회가 처음 모였다는 것은 ‘부산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데 양측의 생각이 일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날 모임에서는 그동안 교회협과 KHC가 각각 진행해 오던 부산 총회 관련 사업들을 확인하고, 각 사업의 영역과 그 영역에 따른 업무 담당과 분담 범위를 재확인함으로써 이 사업들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또, 실무협의회를 정례화, 적어도 한 주에 한 번 정도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는 이미 추진 중인 사업 이외에 새롭게 제안되는 사업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해 나가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도 사업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업무를 진행해 나가는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예산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를 계속하되, 조정할 부분에 대해서는 실무협의회를 통해 조정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실무협의회를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다시 말해서 이날 회의는 교회협과 KHC가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자리로서, ‘부산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고, 좀 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양측이 합의한 자리’라는 것이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나온 ‘공식 발표’의 요지이다.

그런데 이날 공식 발표에는 정작 중요한 ‘좀 더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져 있다. 무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의의 결과 치고는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총회 예산 지출에 대한 ‘결재권’과 관련된 것이다. 실제로 회의 도중 이 문제와 관련된 ‘큰 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새 나오기도 했다. 말하자면, 현재 교회협 총무가 갖고 있는 예산 지출에 대한 결재권에 대해 KHC가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에서는, 교회협 김영주 총무와 KHC 준비위원장 박종화 목사 등이 빠른 시일 안에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해 결론을 내린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한 실무 차원의 논의구조인 실무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교회협과 KHC 양측이 각각 제시한 ‘사업’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교회협은 이날 회의에 △평화열차 △평화캠페인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대화 △한국교회 마당 워크샵 프로그램 지원 △한국 에큐메니칼신학원(KETI) 등 교육훈련원 교육사업과 마당 워크샵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 사전대회와 행사 △‘한국교회사 명장면 100선’ 영문판 발행 △한국교회 신학 소개 책자 ‘생명가 평화를 여는 정의의 신학’ 발행 등 8가지 사업을 내놓았다.

이중 새롭게 제시된 사업은 두 건의 ‘출판사업’이다. 이중 ‘한국교회 명장면 100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해 사실상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생명과 평화를 여는 정의의 신학’ 출판에 대해서는 KHC 측에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회협의 입장에서는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요구한 이 책의 출판을 무작정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 책의 출판을 성사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KHC 측 역시 여러 가지 사업의 목록을 이날 회의에 갖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부분은 사전대회나 총회 준비와 관련된 것들이며, 내용상 교회협이 제시한 사업과 중복되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새롭게 제시된 사업들 중 중 눈에 띄는 것은 복음주의 진영도 함께 하는 대규모 집회인 ‘일치의 축제 및 청년대회’를 9월 중에 개최한다는 계획과, 이어서 ‘생명살리기 일만인 걷기 대회’, 그리고 부산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모금행사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새롭게 제시된 사업들에 대해서는 이날 회의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실무협의회를 통한 논의과정을 거쳐 확정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행중인 사업을 협의를 통해 계속 진행하든, 아니면 새로 제시되는 사업을 협의를 통해 진행 여부를 결정하든, 역시 걸리는 문제는 ‘돈 문제’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예산 집행에 대한 결재권과 관련된 문제와,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 문제를 둘러싼 교회협과 KHC 양측의 ‘밀당’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실무협의회’를 지켜보는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