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재림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인 장재형 목사가 세계복음연맹(WEA) 개최를 빌미로 한국교계에 서서히 영향력을 펼쳐가는 모양새다.

한기총, 재림주 의혹 받는 장재형 목사 방문 공식적으로 알려

장재형 목사는 북미 이사 직함으로 지난 11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를 방문했다.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로부터 지난 2004년 이래 끊임없이 이단 조사를 받던 신분에서 8년만에 WEA 총회 개최를 준비하는 핵심 인사로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한기총은 지난 12일 “장재형 목사가 WEA 제프 터니클리프 대표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방한 사전 준비를 위해 11일 오후 한기총을 방문,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등 임원들과 만났다”며 “장재형 목사는 또 한기총 WEA 준비위원회와도 폭넓은 업무 협의를 갖고, 한국 교계 지도자들도 두루 만나 WEA 총회에 대한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재형 목사는 전 선문대 교수 출신에 통일교와 관련된 인사로, 이단 시비가 일자 지난 2004년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 국내외에서는 끊임없이 그가 재림주로 활동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석연찮은 의혹 때문에 한기총에서도 이단대책위원회 안건으로 매년 그가 다뤄졌으며, 예장통합, 예장합신 등 주요교단에서는 ‘예의주시-교류금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회도 이들 교단의 결의를 받아들여 장재형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장 목사, WEA 북미 이사로 교계 진입 시도

하지만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장재형 목사는 WEA 북미 이사 직함을 맡아, WEA 미국 창구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지난 2009년 엄신형 대표회장 당시 한기총은 WEA에 가입했고, 다음해인 2010년 이광선 대표회장 당시 WEA는 한국 총회 유치를 결정했다. 이후 WEA 준비 과정에서 장재형 목사가 깊이 개입돼 있다는 추측은 있었지만,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랬던 것이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면서 장재형 목사는 8년 만에 한기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기총에서 그의 방문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한 만큼 장재형 목사가 WEA 총회를 빌미삼아 한국의 제도권 교회 안으로 이미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WEA 총회 복음주의권 연합은 어려워질 듯

오는 2014년 WEA총회 준비와 관련 장재형 목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WEA총회는 한기총 일부의 자체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주요 교단이 WEA 총회에 흔쾌히 참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WEA 유치감사예배도 이런 상황을 예측케 하고 있다. 당시 장 목사 연루설이 불거지고 행사 장소마저 통일교 소유의 메리어트호텔로 결정되면서 WEA 유치감사예배에는 주요 교단장들이 모두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는 한기총 대표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조차도 참석하지 않았다.

재림주 의혹을 깨끗이 풀지 않은 장재형 목사가 WEA 준비과정에서 교계에 재진입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기총을 둘러싼 분열 상황이 문제 인사의 교계 유입을 막지 못하는 불상사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에 대해 한 교계 인사는 “한기총의 파행과 분열 이후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교계에 발을 들이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연합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진 상태에서, 다시금 정화를 위해 연합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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