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MBC, EBS, YTN, MBN, SBS 미디어넷 등 방송사 5 곳, 연합뉴스,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신문·통신사 4곳, 세종 이전을 꿈꾸는 언론사들이다. 일부 언론사는 이미 세종시와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관공서가 몰린 서울 도심에 자리 잡고 있던 언론사들이 세종을 향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만큼 세종시의 기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종에는 정부 부처 13 곳이 터 잡고 있고 공공기관들도 속속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은 행정구역상 특별자치시일 뿐이다. 법적 수도는 물론 행정수도도 아니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폐기되면서 충남 연기군, 논산시, 충북 청원군 부용면에 조성된 행정중심 복합도시이다.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의 도시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행정 업무는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가 맡고, 도시계획과 건설 사업은 중앙행정기관인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청이 담당한다. ‘행복청’은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기형적이고 예외적이다.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이 세종시를 이렇게 만들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위헌 결정의 근거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하는 기관의 소재지가 수도'라고 적시했다. 즉 국회와 청와대 등이 있는 서울이 헌법이 정한 유일한 수도이며, 이는 조문으로 명시된 건 아니지만 수백 년 동안 인정되어 온 ‘관습 헌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행정수도 이전은 무산됐다.
 
행정수도 이전 움직임이 지난 9월 28일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세종의사당 법안’의 국회 통과로 되살아났다. 투표 결과는 찬성 167명, 반대 10명, 기권 8명이었다. 충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썼다.
 
“오늘 ‘국회법 개정안’ 통과로 기본계획 수립 등을 거쳐 국회 세종의사당은 빠르면 2026년 하반기에 건립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행정수도 이전 작업은 박정희 대통령이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던 사업입니다… 국회를 옮길 수 없는 헌법상의 제약 때문에 ‘분원’이라는 궁색한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가 되어야 합니다.”
 
정진석 의원 뿐 아니라 세종시도 발 빠르게 나섰다. 대선주자들에게 세종시의 요구를 전하고 공약 채택을 건의했다.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의 개헌과 함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요구 사항에 담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는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지방 소멸은 심각한 문제이다.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하자.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미래 통합당의 충청권 의원과 정의당도 공감을 표시했지만 통합당 지도부가 여당의 정치적 목적 이용 등을 우려하며 반대해 무산됐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는 상황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 볼 필요가 있다.
 
세종 행정수도를 추진하는 방법은 법률 제정, 개헌, 국민투표 등 3가지가 있다. 법률 제정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다시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 등 다른 논점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를 떠올려 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중요 사안인 만큼 대상이 될 수 있다.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미래의 권력이 될 대선 주자들도 세종시의 요청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공통 공약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막고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진정한 지방 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여론 조사 결과는 세종시의 위상 강화를 찬성하는 쪽이 과반 가까이 차지한다. 개헌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더 이상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이라는 명분에 밀려 행정 수도를 기형적으로 놓아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송기원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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