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 ⓒ데일리굿뉴스
최근 음식물 찌꺼기 수거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발견해 구하게 됐다는 한 네티즌의 사연이 공개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인간이 말 못하는 짐승에게 이렇게 까지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을까 분개했다. 비단 강아지를 키우는 애견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전남 나주에 살고 있다고 밝힌 작성자는 "새벽에 분리수거장에 가보니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 강아지가 버려져 있었다"며 "심지어 강아지가 나오지 못하게 쓰레기통 뚜껑에 벽돌을 올려뒀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필자는 구출된 강아지의 모습이 너무나 내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와 닮아서 깜짝 놀랐다. 마치 우리 강아지가 그런 일을 당한 것처럼 오싹한 소름까지 끼치며 한동안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강아지가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잘못을 그렇게 크게 저질렀기에 그런 끔찍한 학대를 당해야 했는지 사정이 궁금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는 주둥이 부분이 공업용 밴드로 칭칭 동여매져 며칠씩이나 먹이는커녕 물도 한 모금 넘길 수 없는 상태로 유기된 강아지가 발견돼 많은 애견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이 같은 동물 학대행위를 보며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나 더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지난해 일부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올해 2월 12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그쳤던 동물 유기행위는 처벌이 강화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로 규정돼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을 막기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몇 년 전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할 당시 족보까지 있는 푸들 한 마리를 입양(실제로는 인터넷을 뒤져 지금 기억에 몇 십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지만 돈 주고 샀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저항감이 생기기에 입양이라고 해 둔다)해 가족처럼 키웠다.
 
강아지를 두고 출근을 할 라치면 사무실에서도 자꾸 그 녀석이 어른거려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강아지의 안부를 확인한 뒤 얼떨결에 수화기에 대고 “야 바니(강아지 이름) 좀 바꿔 봐” 할 뻔 했던 적도 있을 만큼 애정을 쏟았던 기억이 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떼어놓고 온 녀석이 자꾸 마음에 걸려 다시는 강아지에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요즘 은퇴 후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필자는 다시 푸들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데 외출 시에는 집안이 너무 조용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클래식 음악이라도 틀어놓고 나갈 정도로 애지중지 하는 편이다.
 
가끔 이 녀석이 고가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다 깨물어서 박살을 내놓는 다거나 안경테를 다 물어뜯어 놓아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애완견이 주는 묘한 힐링 능력이 있기에 잠시 화가 치밀었다가도 다 용서하게 된다.
 
아무리 일상에 지쳐 힘든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도 문소리가 나면 번개 같이 달려와 꼬리를 흔들며 극성스럽게 반기는 녀석을 보면 어느새 짜증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어쩌다 심하게 야단을 치는 경우에도 녀석은 잠시 풀이 죽은 듯 보이다가도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치고 혀로 핥으며 마구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다가올 이별의 순간이 벌써부터 은근히 걱정이 되기까지 하는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명품업계가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에르메스·프라다 등 유명 명품 브랜드의 반려견용 밥그릇 하나에 150만 원, 이동용 가방은 300만 원대를 호가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물론 이렇게까지 유난을 떠는 것도 문제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인간과 가장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해온 견공들을 인생의 동반자 ‘반려견’이라는 인식은 눈꼽만치도 없이 야만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는 사라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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