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와 일대일로 50분간 대화를 나누는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비스 ⓒ데일리굿뉴스

시각장애 상담사와 대화로 힐링
'블라인드 마음보듬' 대화 서비스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지정된 ‘흰 지팡이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이 길을 걸을 때 사용하는 흰 색깔의 지팡이를 본 따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응원하는 것이다.
 
42년째 흰지팡이의 날을 지키며 시각장애인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현실을 녹록치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시각장애인의 고용률은 42.3%. 두 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는 숫자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각장애인의 취업 장벽을 허물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댔다. ‘봄그늘’이란 협동조합을 만들고 어둠 속에서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서비스를 개설한 것.
 
대화서비스의 공식 명칭은 ‘블라인드 마음보듬’, 상담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마음보듬사’로 부른다. 아래만 보이는 안경을 쓰고 빛 한줄기 없는 암막처리 된 방으로 들어가면 시각장애인 마음보듬사와 50분간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서비스는 시각장애인이 온전한 시력을 가진 정안인에 비해 청각적으로 훨씬 민감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철저히 익명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서로를 볼 수 없는 구조는 마음의 짐을 털어놓기에 적합하다.
 
‘어린왕자’라는 활동명을 가진 한 마음보듬사는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는 깜깜한 상태에서 얘기를 하다 보니 평가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해 마음 편히 찾아주시는 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잔잔한 음악소리와 내담자의 호흡만이 들리는 공간에서는 더욱 섬세하게 고객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왕자’처럼 ‘블라인드 마음보듬’에서 현재 활동중인 마음보듬사는 6명.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인증한 마음보듬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마음보듬사들은 직접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공감과 경청, 지지를 기반으로 내담자의 마음 속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정신과 상담 기록이 남는게 부담스럽거나 높은 비용 때문에 상담센터 가기를 주저했던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많이 찾는다. 가격이 일반 심리상담 서비스의 1/3 가격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어둠속에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블라인드 마음보듬’을 운영하는 ‘봄그늘’ 측은 시각장애인의 고용률을 높이고, 상담 서비스의 심리적·경제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봄그늘’ 김지윤 매니저는 “시각장애인들의 고용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장애를 역량으로 승화시키는 특화 직업이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인들의 경우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호소하는게 당연한 것인데 상담 서비스는 심리적 장벽이 높아 이용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멘탈헬스케어의 대중화가 이뤄져서 자신의 마음건강을 잘 살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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