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 ⓒ데일리굿뉴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이 인근 신축 아파트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장릉은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그의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으로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지난 2009년 6월 세계 유산 위원회의 본 심사에서 다른 국가들로부터 이례적이란 뒷말이 나올 만큼 진행된 지 15분 만에 이 조선 왕릉에 대해 등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은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으로 세계 유산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고 지금까지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 왔으며, 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되는 점 등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을 내놨었다.
 
장릉 입구에는 이 장릉이 자랑스런 세계 문화유산임을 알리는 역사 문화관까지 세워져 있다.
 
하지만 왕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뭔가 웅장하고 탁 트인 조망권을 자랑하는 왕릉 고유의 멋이 훼손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장릉 반경 500미터 안에서 신축 아파트 단지 3곳의 공사가 진행돼 문화재청이 긴급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리고 건설사가 건축에 필요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며 고발까지 했지만 ‘원님 행차 뒤에 나팔 부는 격’으로 아파트 40동이 올라가도록 손 놓고 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것은 행정절차상 어느 부분에 잘못이 있었던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해당 아파트 단지 철거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게재된 마당에 건설사들이 최근 문화재청에 개선안을 제출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담길지 자못 궁금하지만 능침에서 바라봤을 때 계양산의 전망이 가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눈 가리고 아옹한다’는 식의 최소한의 약속이 담긴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건설사들로서는 분양 신청을 받으며 인근 장릉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훌륭한 조망권(?)을 앞세웠을 것임은 속칭 ‘안 봐도 비디오’이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왕릉 종묘 창덕궁 경주 역사 유적지구 석굴암과 불국사 등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을 남부럽지 않게 보유하고 있는 문화강국이니만큼 세계 문화유산 등재 취소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이들 문화유산들을 잘 보존하는데 각별히 힘써야 할 일이다.
 
세계유산 지정 지역 안팎에서 이뤄진 개발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속성이 돌이킬 수 없이 손실됐으며 진정성과 온전함이 현저히 사라졌다"며 비틀즈의 도시 영국 리버풀이 등재 취소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하고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넘어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로부터 공인까지 받은 문화재들을 더욱 철저히 보존하고 관리해서 후손에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들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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