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확정됐다. 경상북도 안동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이 대한민국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으니 입지전적인 일이고 축하할 만하다. 하지만 후보 확정 소식에 축하와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마지막 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누구도 예상 못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낙연 후보 측이 62.37%를 얻어 28.30%를 받은 이재명 후보를 압도했다. 이낙연 후보는 그동안 전국 순회 경선 중 광주·전남 경선에서 단 한 차례 근소한 표 차이로 승리했을 뿐이었다. 모두가 놀랐다.
 
이재명 후보 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과반을 자신했다. 55%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결과는 50.29%. 가까스로 과반을 넘기며 이재명 후보는 결선투표로 이어지는 걸 피할 수 있게 됐다.
 
경선에서 2위에 머무른 이낙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확정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다. 중도하차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표로 처리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넘긴 거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를 받아들여 결론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예상 밖의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다들 궁금해 한다. 대략 세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첫째,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발생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빌미를 제공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후보와 한 때 지근거리에 있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0월 3일 구속됐고, 3차 선거인단 투표는 그 사흘 후 부터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둘째, 정치적 위기의식을 느낀 이낙연 후보 측이 막판 조직력을 극대화해 이뤄낸 성과라는 분석이다. 셋째, 야당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해 역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 가지 가정 모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대장동 특혜 의혹이 터진 10월 초순 이뤄진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던 상황을 기억한다면 첫째 이유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둘째, 이낙연 후보의 지지층이 그렇게 결집할 여력이 있었다면 앞선 여러 차례 경선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 측에 20%p 안팎의 차이로 꾸준히 밀렸던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 셋째, 야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역선택을 할 정도로 이재명, 이낙연 후보에 따른 야당 후보의 유·불리가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두고 ‘이상한 결과’라고 까지 말한다. 하지만 선거인단의 특수한 성격을 따져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이들 선거인단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이나 대의원은 아니다. 일사불란하게 당의 방향성을 따르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여론에 관심이 많고 여론의 향배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일반 유권자에 가깝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유권자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들 3차 선거인단이 동시에 경고음을 발령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 판단 아닐까? ‘대장동 비리 의혹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결선투표를 하라’는 메시지를 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더불어민주당에 호재냐 악재냐”를 묻는 지난 달 30일 TV토론 당시 진행자의 질문에 “호재”라고 답한 이재명 후보의 인식은 적어도 여론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허물없는 대국민 라디오 담화 ‘노변정담’으로 각인돼 있는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을 롤 모델로 꼽고 “국민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에 대장동 의혹은 반드시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송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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