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고(故) 변희수 전 하사에게 전역 처분을 내린 육군의 조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회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법안 제정의 빌미로 해당 판결을 거론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차별 금지와 관련한 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조를 운운하면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차별 금지라는 명목 하에 이름만 바꿔 똑같은 내용의 법안 제정 시도가 계속되는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데일리굿뉴스

21대 국회에만 유사 법안 4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법원이 변 전 하사의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에 힘입어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 이유로 변 전 하사의 판결사례를 취한 것이다. 

현재까지 국회에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안은 총 4개다. 지난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이어 지난 6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달에는 박주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이 각각 ‘평등에 관한 법률안’,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 법안들은 대부분 동일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차별금지 사유에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이 포함되고, 금지되는 영역은 고용과 경제, 교육, 국가행정 등 사회 전반에 해당한다. 
 
다소 차이는 있다. 이상민 의원 법안은 장 의원의 안보다는 조금 확장됐다. 차별금지 영역을 고용과 교육 등 네 분야로 명시한 장 의원과 달리, 이 의원의 안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한다’고 못박았다.

특히 동성애 반대 집회 등을 차별행위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점이 눈에 띈다. 

법안에 따르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 행위를 차별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성애, 트랜스젠더, 이단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차별로 규정될 수 있다.  

단, 장 의원 안과 다르게 형사 처벌 조항은 뺐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요구할 수 있다. 

4개 법안 중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박주민 의원의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박 의원은 차별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고, 인권위가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까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적 분쟁이 생겨도 차별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차별이 아닌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은 상대방이 입증하도록 했다. 차별이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 법원은 손해액의 최대 5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 제정안과 달리 △특수고용 노동자성 관련 전속성을 배제하기 위한 조항(제2조) △복합차별조항(제6조) △법령 및 정책집행이라는 행정 서비스 개념 확대 조항(제4절) △동일임금 동일가치 노동 관련 규정 보완(제13조) △국가인권위의 시정명령 제도 도입(제34조) 등이 포함됐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서헌제 명예교수는 “박 의원의 안은 법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를 총망라하고 있다”며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의 구현이라는 그럴듯한 목적을 제시하지만 내용을 면밀히 보면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의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종교, 사상을 이유로 하는 차별 금지에 있다”며 "신천지 등 사이비 이단 종교에 대한 교리적, 합리적 비판까지 차단한다.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 종교, 학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평등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고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는 “사실상 동일한 법안들이 경쟁적으로 제출됐는데, 입법과정에서 상호협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차별금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동일한 사안에 여러 법률이 중복 적용될 경우 국민의 자유권이 심히 제약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음 교수는 또 "이번 법안들은 원래 국가와 국민 간에 적용되던 평등원칙을 일반 국민 간의 사적 분야에까지 폭넓게 직접 적용하고 있다"며 “개인의 자유가 크게 제약되고 심지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법안들에 담긴 의도와 의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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