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 ⓒ데일리굿뉴스
지난 일요일 집에서 쉬다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카톡 수신 알람 소리가 울려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아빠 나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임시로 쓰고 있는 전화이니 이 전화 번호 입력하고 연락 줘” 하더니 곧이어 “다른 게 아니라 폰 액정 보험 나오는데 회원가입하고 폰으로 인증 받아야 되는데 내 폰으로 인증 받을 수 없어서 아빠 이름으로 회원가입하고 인증 받아 줄 수 있어?”하고 마치 진짜로 딸아이가 이야기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친근한 말투에 그럴 듯한 문구의 문자 메시지였다.
 
그 때 딸아이가 옆방에서 자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혹시 외출 중이었다면 깜빡 속아 넘어갈 만한 일이었다. 곧바로 수신 차단하고 내용을 지워버렸으나 찝찝한 마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한동안 “고객님 당황 하셨어요?”하며 능청스럽게 어거지로 속여 먹으려 안간힘을 쓰는 연변 조선족 말투의 보이스 피싱이 개그소재로 까지 쓰여 인기를 끌만큼 보이스 피싱이 극성을 부린 적이 있다.
 
그나마 그때는 살짝 어눌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 아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시골 노인 분들이나 당할 염려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 각종 보이스 피싱 문자, 스미싱 범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이라도 속임수에 걸려 낭패를 당하고 말일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사기까지 등장해 간담을 서늘케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면서 장사가 안 돼 큰 걱정이고 게다가 은행돈을 쓰고 있다면 대출금 상환에 쪼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코로나 지원 자금을 쓸 수 있는 대상자이고 1년 무이자로 필요한 액수의 돈을 쓸 수 있으며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신청을 안 하고 계시냐’고 묻는 내용의 문자를 금융기관을 사칭해 보내오면 누구라도 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은행 대출이자보다 낮은 호조건의 돈을 쓸 수 있다니 그럼 그 돈으로 은행돈을 갚고 좀 이자부담을 줄여 볼까하는 유혹에 빠지는 셈인데 바로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것이다,
 
바로 문자 메시지에 나와 있는 그럴 듯하게 금융기관인 것처럼 보이도록 한 번호로 전화를 걸면 대출 신청서 작성을 도와주겠다면서 무슨 무슨 앱을 깔으란다, 무심코 앱을 깔았다가는 ‘아차’하는 순간 이미 때는 늦었다. 순간의 클릭 한번으로 스마트 폰에 원격 조정앱이 설치되며 자신의 폰은 곧 좀비폰으로 변해 버려 스마트 폰의 모든 정보가 범죄자들에게 넘어가 버린다고 하니 오싹하리만치 소름이 돋는 일이다.
 
이런 신종 금융사기는 경제적으로 다급한 상황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이 더 사기에 걸려들기 쉽다는 점에서 약자를 대상으로 한 악질 범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의 보이스 피싱이나 문자 스미싱 사기 범죄는 워낙 치밀해 지고 있어서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나는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 소리 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또 다시 보이스 피싱과 전화 금융사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주의하라는 문자가 와도 이것도 ‘혹시 사기 문자 아닐까’하고 의심을 하게 될 만큼 두 눈 뻔히 뜨고도 코 베일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주의는 아무리 해도 지나칠 수 없다. 정부는 보이스 피싱이나 문자 스미싱 피해를 막기 위해 부처 간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는 만큼 갈수록 교묘화 지능화 되고 있는 이 같은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할 것이다.
 

[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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