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해 매력을 뽐내고 현실의 인간과 소통하는 가상인간이 늘고 있다. 게임 속 아바타만이 아니다. 모델과 아나운서, 아이돌 등 문화 영역에서 가상인간이 다양하게 활약 중이다. 가상인간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가상인간 '로지'.(사진출처=신한라이프)

가상인간이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달 한 보험회사 TV 광고에 등장해 발랄하게 춤추던 여성 모델이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름은 오로지. 나이는 영원히 22세. 취미는 해외여행과 요가, 러닝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

로지는 지난해 8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MZ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만든 가상인간이다. 

로지가 나온 광고 영상은 보름도 안 돼 조회수 100만 회를 넘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5만 명 정도. 사람으로 치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수준이다. 기업 광고 영상으로 단기간에 흥행을 이끈 드믄 사례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로지는 올해만 10~12억의 수익을 냈다. 흥행에 힘입어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보험사 광고에 이어 호텔, 자동차 광고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러브콜을 받고 있다.    

로지의 활약 속에 18세의 가상 뮤지션 '로아'도 등장했다. 지난 16일 AI 미디어 전문기업 이모션웨이브는 가상인간 '로아'가 작곡한 재즈연주곡 'Swing Into Love'를 각종 음원사이트에 발매, 정식 데뷔시켰다. 

가상인간 '로지'와 마찬가지로 톡톡 튀는 성격에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세계관'까지 장착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가상인간이 썼다는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공식 출간되기도 했다.

수학자와 의사, 벤처기업가 등 다섯 인물이 자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이야기가 560쪽에 담겼다. 저자로 두 이름이 올랐다. 하나는 글쓴이 AI '비람풍', 다른 하나는 '소설 감독' 김태연이다. 비람풍은 1,000권이 넘는 단행본과 소설, 논문, 뉴스기사 등을 학습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가상인간이 문화는 물론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빠르게 진출해 가상인간과 사람이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가상인간은 미디어 활용성이 뛰어나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대중이 원하는 대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가상인간 마케팅 사례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훨씬 편리하고 장점이 많다"며 "컴퓨터 그랙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해 낼 수 있고 위험부담도 적다. 실제 사람과는 달리 각종 구설에 휘말려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상인간의 역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여대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이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자와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며 "가상인간의 등장으로 문화 영역 등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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