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해결에 차비까지 지원 카지노 노숙자의 눈물을 닦다

굿-뉴스102 카지노 노숙자 쉼터 운영 방은근 목사

김신규 기자(sfcman87@hanmail.net)

등록일:2021-08-06 9:27:36

  • 인쇄하기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2006년 여름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인 정선군 사북읍 굴다리 오거리에 도박 예방 상담센터이자, 일명 카지노 노숙자를 위한 쉼터를 운영해온 방은근 목사 ⓒ데일리굿뉴스 

강원도 태백시는 탄광산업으로 조성된 도시다. 하지만 국내 탄광산업이 서서히 쇠퇴하면서 태백시, 정선군 등 이들 도시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몰락했다.
 
이러한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폐광지역 주민의 소득증대 도모 차원에서 설립된 것이, 정선군 고한읍에 조성된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 시설을 갖춘 강원랜드다.
 
지난 2000년 10월 말에 개장된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경제에 도움을 준 측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로 인해 폐단도 많았다. 도박 중독으로 폐가망신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01년 7월 강원 정선군 고한읍 강원랜드 카지노 인근 야산에서 A 씨가 목을 매 숨졌다. A 씨는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도박 문제로 자살한 첫 번째 사례였다. 이후에도 자살 사건은 계속 증가했다.
 
이처럼 카지노로 말미암은 자살, 재산탕진 등 사회적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이를 예방하고 치유하고자 폐광지역 성직자들이 나섰다. 2005년 11월 말 개신교와 천주교의 성직자 16명이 정선군 고한읍 고한 천주교회에 모여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을 창립했다.
 
 ▲낡은 소형버스에서 운영하는 도박예방 상담센터.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들 성직자들의 모임은 2006년 여름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인 정선군 사북읍 굴다리 오거리에 도박 예방 상담센터이자, 일명 카지노 노숙자를 위한 쉼터를 열었다. 그 공간은 고장 난 소형버스였고, 운영은 성직자들의 모임 공동대표인 방은근 목사(62, 고한남부교회)가 맡았다.
 
방 목사는 “카지노 개장 후 도박피해자의 자살소식과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로 인해 도박의 폐해가 너무 큰 만큼 교회의 책임이 카지노의 피해자와 자살 등 모든 아픔의 눈물을 닦아 낼 손수건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게 됐다”며 카지노 노숙자 쉼터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카지노 노숙자’는 도박으로 재산을 모두 잃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강원랜드 인근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처음 성직자들이 이 쉼터를 열 당시 카지노 노숙자 규모는 2,000명을 훌쩍 넘었다.
 
 ▲낡은 소형버스의 도박상담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노숙인. ⓒ데일리굿뉴스 

방 목사는 전 가산을 카지노 도박으로 탕진하고 한 끼 해결도 어려웠던 이들을 위해 소형버스 안에 라면, 삶은 달걀, 커피, 생수 등을 준비했다. 그는 상담 요청을 하지 않는 한 소형버스에 가지 않았다. 카지노 노숙자들이 마음 편히 먹고 쉬고 가라는 배려였다.
 
고장 난 소형버스는 지난해 강원랜드의 항의(?)로 굴다리 사거리 위쪽인 사북역 앞으로 옮겨졌을 뿐 14년이 지난 지금도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를 지키고 있다.
 
14년간 소형버스에서 허기를 달랜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는 방 목사도 모른다. 다만 컵라면 소비량을 보면 하루 평균 20∼30명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 패가망신한 노숙자들을 위해 ‘일용할 양식’만 챙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차비조차 없다는 사실을 상담 과정에서 알고 이들의 차비를 챙겨줬다.
 
처음에는 병원비도 지원했지만,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6∼7년 전부터 중단했다. 그래도 쉼터를 운영하려면 한 달에 적게는 70만∼80만 원, 많게는 200만 원이 필요하다.
 
난방이 필요한 겨울철에는 20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운영비는 소수 교회의 후원금과 사재로 충당한다.
 
3년 전에는 카지노 노숙자 지원에 주력하다 방 목사 자신이 신용불량자가 됐다. 결국 현재는 카지노 노숙자들을 위한 병원비나 의식주의 돌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귀향차비 제공 및 식자비와 연탄 등 동계연료비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방 목사는 “상처받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이 성직자의 소임인 만큼 이 지역에 카지노가 있는 한 카지노 노숙자의 안식처인 소형버스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작성0 / 최대600바이트(한글300자)선거실명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