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유럽을 강타한 폭우로 피해를 입은 독일(왼쪽)과 계속된 폭염으로 녹조가 뒤덮인 대청호.(사진출처=연합뉴스)


짧은 장마, 긴 폭염 등 달라진 기후
지구온난화 원인…경제에도 악영향

 
지구촌 곳곳이 이상 고온과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평균기온이 45도를 웃돌면서 700여 명이 돌연사 했고, 미국에선 폭염에 의한 산불이 서울에 3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서부 유럽 일부 지역을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현재까지 200명이 넘게 사망했다. 가까운 중국도 폭우로 1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예년에 비해 늦게 시작된 장마가 지난달 19일 전국에서 동시에 끝이 났다. 17일 만이다. 한 번 시작하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던 평년과 비교해 절반에 그쳤다. 역대 세번째다. 중부지역을 기준으로 강수 일수가 9.3일로 역대 4번째로 짧았다. 전체 강수량은 평년(378.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남부지방에 집중된 비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장마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다.

더위를 식혀주던 장마가 짧아지면서 폭염이 서둘러 찾아왔다. 올해 장마가 전국에서 동시에 종료되고 한층 강한 폭염이 이어지겠다던 기상청의 예보가 맞아떨어졌다.

2주 넘게 이어지는 폭염으로 서울의 7월 최고기온 평균은 32도를 기록했다. 1994년에 이어 2번째다. 서울은 물론, 인천과 춘천, 철원, 서산 등도 평년 여름철 폭염일수를 이미 넘어섰다.

무더위로 열대야도 예년에 비해 빨라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달 13일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26.3도를 기록했다. 올해 첫 열대야다. 지난해 8월 4일보다 23일 빠르고, 과거 48년 평균보다 9일 이르다. 이틀 앞서 열대야가 찾아온 부산 역시 예년에 비해 13일 빨랐다.

이른 열대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계절이 빨라지는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과거 48년과 비교하면 최근 2011~2020년 열대야 발생일은 연 9.0일로 예년보다 3.3일 늘었다. 2018년을 비롯해 열대야가 가장 빈번했던 상위 5위도 이 기간 동안 3번이나 포함됐다. 최근 들어 열대야 발생 빈도가 잦아졌다는 방증이다.

기상학자들도 올해 한반도 지역의 찜통더위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다. 고기압이 낮동안 데워진 공기를 눌러서 가두는 이른바 ‘열돔 현상’이 ‘블로킹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블로킹 현상은 대류권 상층과 하층에 형성된 고기압으로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기온이 오르면서 고위도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공기 순환이 느려지는 것이다. 열돔 현상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지목하는 이유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의 영향은 단순히 기후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경부 기후변화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하면 가뭄이 지속되고 변화에 적응 못한 동식물이 멸종하게 된다. 2도 오르면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돼 바다 생물이 죽고,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에 인접한 도시들은 가라앉게 된다. 우리나라는 1도만 올라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8% 증가한다고 환경부는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가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869명으로 전년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사망자는 12명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IPCC) 보고서를 보면 20520년까지 지구 온도는 2.6도 오를 전망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9.7% 감소한다. 해당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184조원에 이른다. 반면 2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면 국내 GDP 감소 비율은 2.7%로 낮아진다. GDP 감소액도 51조원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세계 주요국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를 인식하고 지난달 25~26일 이틀간 영국 런던에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50여 개국 정부 대표들은 파리협정 1.5도 목표, 개도국의 기후 적응과 지원, 국제 시장 메카니즘 등을 논의했다. 파리협정 1.5도 목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파리협정 제2조에 규정돼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 속도와 피해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오는 11월 열리는 제26차 주요당사국총회(COP26)에서 개도국의 적응 지원을 위한 합의가 진전되도록 노력키로 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이 필요하다”며 COP26까지 2050년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 등 기후행동 강화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유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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