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직한 선교사 가정을 만나 두 아들 하영, 하림 씨의 조울증 투병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첫째 고하영 씨, 고직한 선교사, 둘째 고하림 씨ⓒ데일리굿뉴스


선교사 가정 두 형제, 유튜브서 조울증 투병기 공개
같은 아픔에서 오는 큰 공감…구독자 반응 뜨거워
가족과 ‘솔직한 대화’로 함께 극복 
내담자 70~80%가 성도…교회 역할 중요



‘조울증 27년 차와 19년 차’, ‘정신병원 입원 횟수만 각각 4번과 13번’

한 선교사 가정의 두 형제 이야기다. ‘조우네마음약국’은 첫째 하영(40) 씨와 둘째 하림(38) 씨가 자신들의 조울증 투병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유튜브 채널명이다. 조울증 초기증상부터 치료과정, 회복기까지 그 동안 겪은 일들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직접 체험한 경험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에게 필요한 팁, 조울증에 대한 기본 상식 등 병의 이해를 도울만한 실질적인 노하우도 제공한다.

구독자 반응은 뜨겁다. 2018년 채널을 개설한 후 현재 9,000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두 형제의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된다는 반응이다. 아픔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어디서도 쉽게 터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형제의 유튜브 공간을 통해 마음 놓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형제가 이처럼 아픔을 꺼내 놓기까지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증세가 심해져 정신병동 입원을 밥 먹듯 할 때에는 가족 전체가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매번 경험해야 했다. 아버지 고직한(67) 선교사는 “하나도 아닌 두 아들에게 같은 병이 찾아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식이 병동에 입원할 때마다 느끼는 고통은 마치 지옥을 세 번 다녀오는 정도의 크기”라며 “두 아들이 입원한 횟수만 17번이니 지난 25년 동안 지옥을 50번 다녀온 셈”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가족에게는 암흑의 터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아직도 병과 싸우고 있지만 꾸준한 전문의 진료와 약물치료를 진행해오며 큰 고비들을 넘겼고 두 형제의 병세는 점점 나아졌다. 무엇보다 가족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진 것이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병에 대해 숨기기보다 가족 앞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함께 신앙 안에서 대안을 찾고자 했던 게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이다.

고 선교사 부부의 과거 정신질환을 앓은 경험도 두 아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고 선교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불면증이 심해지면서 신경 쇠약으로 잠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고, 그의 아내도 대학 시절 1년 정도 우울증을 크게 앓은 경험이 있다. 본인들이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났고 의학적, 신앙적으로 극복해냈는지 잘 알기에 두 아들의 병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하림 씨는 “집안 자체가 워낙 이런 병(정신질환)을 오픈하는 데 있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며 “병세를 공유하며 대안을 찾고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들이 익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남들에게도 나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 것도 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으면서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첫째 하영 씨는 “실제로 상당수 환자 분들 중에는 본인의 이야기를 마땅히 털어놓을 곳이 없어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우리 가족이 함께 아픔을 나누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것처럼 다른 환자들에게도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나의 상처를 드러낼 때 다른 이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또 그 과정에서 내가 치유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형제의 투병기에 위로를 얻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카카오톡 상담 채널도 만들었다.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가진 하영 씨 아내와 함께 실시간 일대일 상담으로 환자들을 돕고 있다. 지금껏 온라인으로 만난 내담자만 1,100여 명이다. 자살 직전에 놓인 환자를 극적으로 구하는 등 상담을 통해 마음의 회복을 얻는 이들이 많다.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상담을 요청해오는 이들의 70~80%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쉽게 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도제목을 공유하기조차 힘든 이들이 상담을 많이 요청해왔다”고 두 형제는 말했다.

고직한 선교사는 “간혹 교회들이 정신질환을 하나님의 징벌로 연결 짓는 등 병에 대해 잘못된 오해와 편견으로 환자들을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심한 경우 왜곡된 기독교 교리의 접근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중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교회가 현대 사회의 큰 이슈인 정신질환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아픔을 교회 안에서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 등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품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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