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로 불붙은 日 한류 열기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인기


한일관계에 냉각기류가 흐른 지 오래다. 혐한(嫌韓)이 일본의 주류 정서처럼 보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민간교류까지 단절됐다. 이와 달리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일본 내 ‘3차 한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를 두고 혐한 정서와 코로나도 돌파하는 ‘신(新) 한일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냔 말도 나오고 있다.
 
 ▲일본 '3차 한류' 중심에 그룹 방탄소년단이 있다. BTS의 일본 베스트 앨범은 일본 레코드협회의 '밀리언' 인증을 받았다.(사진제공=연합뉴스)

1, 2차 한류가 겨울연가로 시작돼, ‘소녀시대’, ‘카라’ 등 케이팝(K-pop) 아이돌로 이어진 열풍이라면 3차 한류는 플랫폼의 변화와 현지화가 특징이다.

한국 스타들이 일본어 앨범을 발매하고 각종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수준을 넘어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이 스타들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BTS의 경우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공한 3차 한류의 대표적인 스타다. 팬덤에 있어서도 일본 내에서 한일관계와 별 상관없이 타격을 거의 입지 않고 있다.

BTS가 7월 16일 일본에서 단독으로 출시한 앨범 ‘BTS, 더 베스트’가 이달 9일 일본레코드협회로부터 밀리언 인증을 받았다. 누적출하량이 100만 장을 돌파한 가수가 받을 수 있는 인증으로 올해 일본에서 밀리언 인증을 받은 아티스트는 BTS가 유일하다. 이 앨범은 일본 오리콘 차트 주간 앨범 랭킹에서도 3주 연속 1위를 해 굳건한 팬덤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2018년 BTS는 일본에서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가 ‘반일 티셔츠’란 논란이 일면서 일본 음악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BTS 일본 팬덤 확산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해 11월 13일 BTS의 첫 도쿄돔 공연에는 수만 명의 일본 관객이 몰려들었다. 최근 한 마케팅 회사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BTS는 11%의 지지를 받아 일본 고등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1위로 뽑혔다.

BTS로 대표되는 이러한 3차 한류는 일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케이팝과 드라마, 케이 뷰티(K-beauty), 케이 푸드(K-food) 등이 생활 문화에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 도카이대 교양학부 김경주 교수에 의하면 일본의 젊은 세대는 인터넷으로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접하고 그 안에서 공유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TV나 신문 같은 올드미디어 보다는 인터넷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일 관계 뉴스에도 사실상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 초 출생) 가운데는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 가수의 콘서트 영상을 보는 ‘도간곳코’(한국여행놀이)를 즐기는 게 유행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도쿄에서 일본 최초로 케이팝 전문댄스를 운영하고 있는 마치다 싱고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간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2012년 이후 TV에서 케이팝이 사라졌지만 이를 즐기는 층은 계속 존재했고, 요즘에는 한국은 잘 모르지만 케이팝, BTS가 좋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본의 Z세대는 한국을 일본과 동등한 레벨로 보는 것에서 나아가 동경하는 나라로 인식하는 첫 세대”라며 “BTS 현상은 어쩌면 한일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가 펼쳐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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