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反) 외국제재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서방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10일 '반(反) 외국 제재법'의 입법 목적이 "외국이 중국에 가하는 '일방적 제재'에 반격·반대하는 것이며, 반격조치에 대한 법적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가 11일 공개한 '중국, 반 외국제재법 통과 및 시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전날 반 외국제재법을 통과시키고 즉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외국이 자국 법률에 근거해 국제법과 국제관계 준칙을 위반하면서 중국의 국민이나 기업(조직)에 차별적인 조치를 할 경우,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해당 조치의 결정이나 실시에 참여한 외국의 개인·조직을 보복행위 명단(블랙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개인·조직에는 중국 입국과 체류 제한, 중국 내 자산 동력, 중국 기업·조직·개인과의 거래 금지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또한 중국 내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외국의 차별적인 조치를 집행하거나 이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법을 위반해 중국 국민과 조직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했을 때는 관련 법에 따라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법적으로 중국 기업인만큼 외국의 대(對)중국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 등에 소재한 우리 기업은 대중국 제재에 참가·협조할 경우 해당 법이 규정하는 블랙리스트나 반 제재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각 기업이 서방 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 등 서방과 문제가 생기고, 제재를 이행할 경우엔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곤경에 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과거 관련 규정에 반 외국제재법의 이런 내용을 이미 포함시킨 바 있다.

중국의 국가 안전이나 발전이익 침해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것은 중국 상무부가 작년 9월 발표한 '신뢰할 수 없는 주체 명단에 대한 규정'에 언급했다. 외국 법률·조치의 시행에 협조한 중국 진출 외상투자기업에 대한 손해배상도 올해 1월 상무부가 내놓은 '외국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 저지방법'(상무부령)에서 다루고 있다.

다만, 중국 최고 입법기구가 나서서 상위 법령에 명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원석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팀장은 "중국이 반 외국제재법에서 새로운 제재 내용이나 대상을 언급한 것은 아니어서 우리 기업 입장에서 변화가 크게 발생한 것은 아니나, 중국 최고 입법기구가 나섰단 부분에서는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작년부터 중국이 지속해서 외국의 제재에 대응하는 법적 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향후 중국이 반 외국제재법을 구체적 사안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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