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 ⓒ데일리굿뉴스
코로나 팬데믹이 1년 6개월을 넘기고 있다.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감염의 불길은 여전히 확산 중이다. 도쿄 올림픽이 7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세계인이 함께 나누는 평화의 축제는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세계 210여 개 국가에서 9만여 명의 올림픽 선수단이 도쿄에 모인다. 선수 가족들과 최소한의 참관 인원만 더해도 100만 명은 넘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감염병이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제 상황에서 매일 감염환자가 4,000명에서많게는 7,000명 넘게 발생한다. 사실은 통제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도쿄 지역 감염자는 대부분 전염력이 강한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는 1억 7,300만 명을 넘었다. 사망자는 380만 명에 이른다(6월8일 기준). 현재의 의료수준으로 보면 역사상 최악의 사태다.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 5,600만 명을 능가한다고 봐야 한다. 총성 없는 대전쟁이다.

개최국인 일본국민 80% 이상이 올림픽을 반대한다. 71개 후원기업도 찬성은 6개 기업(8.5%)뿐이다. 일본 언론도 반대다. 개최국은 전쟁이나 대규모 소요사태 등 선수 보호가 불가능할때만 포기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참가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할 경우만 취소할 수 있다.

딕 파운드 IOC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겟돈(인류멸망) 상황이 아니면 올림픽은 열린다”고 밝혔다. 축제라니, 말이 안 된다.

IOC는 운영 재원의 75%를 경기 중계권료 수익으로 충당한다. 만약 일본이 올림픽 개최를 포기하면 IOC에 배상금을 내야 한다. 노무라 경제연구소는 일본이 포기할 경우 직접 피해만 약 18조 3,600억 원(1조 8,108억 엔) 규모라고 밝혔다.

IOC와 일본의 이해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결국 IOC의 재정 충당과 일본의 국내 정치용인 셈이다. IOC와 일본 정부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규약이 정한 ‘참가자의 안전과 위협, 위험’을 무겁게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보호다. IOC는 참가 선수 1만여 명 중 80% 이상이 코로나 백신을 맞고 참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막연하다.

IOC는 책임을 면할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참가 선수들에게 각서를 받을 계획이다. ‘참가 선수가 감염이나 폭염 등 기타 이유로 신체에 심각한 영향이 생기거나 사망하는 등의 위험에 대해 선수 자신이 책임진다’는 내용의 동의서다. ‘감염’, ‘신체에 심각한 영향’, ‘사망’ 등 위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각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IOC가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 책임 회피에만 신경 쓴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다. 도쿄 올림픽이 복합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반증이다. 코로나 보다 더 큰 위협이 가려져 있다.

도쿄 올림픽 개최 결정 당시부터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이 제기됐다. 도쿄 인근의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매일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 양이 140여 톤에 달한다. 현재 125만 톤이 넘는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2013년, 올림픽 유치 당시 아베 총리가 IOC에서 한 연설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잘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약속과 달리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할 기회만을 찾고 있다. 올해도 도쿄 근처 후쿠시마 해역에 배출을 시도했다.

일본산 농산물, 수산물, 야생육 등에서는 방사성 물질 세슘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 기준치를 한참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이 같은 음식 자재가 올림픽 선수촌에 공급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식자재 반입에 대해 올림픽 조직위나 감시기구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후쿠시마 방사능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은폐돼 있을 뿐이다.

일본은 방사능 피폭 위험을 잘 알고 있다. 과거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은 전쟁의 아픈 역사다. 당시 12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지금도 수십만 명이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일본 거주 한국인도 큰 피해를 입었다.

방사능은 예상이 확실한 위험이다. 방사능 피해는 늦게 나타나고 대를 이어 유전처럼 진행된다. 원인 규명도 어렵다. 올림픽 참가자들을 그 같은 위험에 내몰아선 안 된다. 다만 올림픽에 대비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훈련해 온 선수들의 노력은 안타깝지만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일본이 국내 정치를 이유로 포기하기 어렵다면 IOC가 결단해야 한다. 올림픽은 세계 각국에서 스포츠 분야에 최고의 기량을 갖춘 청년들이 엄선돼 출전한다. 모든 선수가 보배이자 세계 인류의 값진 자산이다.

올림픽 역사에서 ‘도쿄 올림픽’이 감염병과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참가자를 보호하기 위해 열리지 않았다면 명예로운 기록이다. 더불어 감염병의 위험을 세계사에 길이 남기는 기회다. IOC도 세계인의 더 큰 신뢰를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다.

만약 그 반대라면 IOC도 일본도 회복할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도쿄 올림픽, 국제평화증진에 기여라는 정신을 되새겨 보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재검토 돼야 한다.

[김명전 GOODTV·데일리굿뉴스 대표이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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