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데일리굿뉴스
2021년 4월 25일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 씨가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영화 ‘미나리’와 윤여정이라는 배우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이민을 온 한국 이민자 가족이 아칸소 지역에서 농장을 시작하면서 많은 갈등과 위기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미나리는 낯설고 척박한 환경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한국 이민자들을 상징한다. 윤여정 씨는 순자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그녀는 평생을 한국에서 살다가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미국에 온 할머니다.

순자는 미국에 들어올 때 여러 가지 한국 음식과 함께 미나리 씨앗을 가지고 왔다. 몸이 아픈 손
자와 함께 숲 속에 냇가에 가서 미나리를 심으러 가며 그녀는 “미나리는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라고 말한다.

이때 원더풀은 ‘놀라운’, ‘멋진’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한국어 언어 유희를 활용한 단어로 경이로운(wonder) 풀이라는 뜻을 지닌다.

미나리는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도 특유의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잘 자라나는 식물이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죄로 인해 척박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이 미나리를 본받아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야 한다는생각을 하게 됐다.

생명력 있는 신앙인이 되는 비결은 다름 아닌 믿음이다. 많은 신앙인이 믿음이 없어 죄의 법칙을 따라 돌아가는 이 세상 가운데에서 좌절하고 낙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여러 환난과 풍파가 우리에게 몰아쳐도 미나리와 같은 진짜 믿음을 지니면 어디서는 뿌리를 내리고 생명
의 줄기를 뻗을 수 있다.

시편 46편 2∼5절에서 시인은 담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믿음의 강력한 힘을 노래한다.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에 빠지든지 바닷물이 솟아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한 시내가 있어 나뉘어 흘러 하나님의 성 곧 지존하신 이의 성소를 기쁘게 하도다 하나님이 그 성 중에 계시매 성이 흔들리지 아니할 것이라 새벽에 하나님이 도우시리로다”

믿음은 순간마다 흔들리고, 무너지고, 솟아나 우리를 두렵게 하는 세상의 수많은 환경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성읍으로 우리의 자리를 옮겨놓는다. 절망적인 현실을 보며 탄식하며 기도한 하박국 선지자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응답은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합 2:4)였다.

믿음은 세상 사람들이 비꼬듯 말하는 정신 승리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통해 믿는 자들에게 부어지는 은혜가 실재한다. 하나님은 새벽, 어두운 미명에 우리에게 다가와 도우시는 분이시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는 믿는 자들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믿는 자들의 삶 주변으로 퍼져간다. 믿음은 그것을 소유한 자를 살릴 뿐 아니라 세상 전체를 유익하게 바꾸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믿음의 이러한 특징도 미나리와 비슷하다. 미나리는 생명력이 뛰어난 것뿐만 아니라 정화식물로도 탁월한 기능을 한다. 미나리를 심은 논을 미나리꽝이라고 부르는데 전근대 시기에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에 미나리꽝을 만들어 가구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하기도 했다고 한다.

생명이 차오르는 따뜻한 5월, 생명의 향기를 뿜어내고 세상을 정화해 나아가는 원더풀 신앙인들이 많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이영훈 위임목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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