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 발전 방안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해법을 위한 공조, 한일 관계 개선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극복할 궁극적인 카드인 백신의 수급 불안정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5월 하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바이든 새 대북정책 공개 '관심'

한미 간 최대 현안은 장기 교착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 간 우호적 관계를 중시한 이전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해법을 예고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새벽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새 대북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단계적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로 정리할 수 있다. '트럼프식 일괄타결'이나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 모두 한계가 있다는 한미의 공통 인식이 반영됐다.
게다가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제재 완화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어 청와대는 전향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을 미완의 평화에서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 목표로 싱가포르 선언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통해 유연하고 점진적·실용적 접근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환영한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 역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도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북한에 대북정책 검토결과를 설명하겠다"며 접촉을 요청했을 대도 북한 측에서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재개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을 조금씩 공개하고는 있지만,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는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인 유인책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의회 연설에서 '단호한 억지'를 언급했다가 북한의 반발을 산 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원칙적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에서 북미의 간극이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북한이 국제무대에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도 관심사다. 현재 북한은 7월 도쿄올림픽을 불참 의사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양측의 접점을 찾아 협상을 진전시키는 ‘촉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활동공간이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갈등 해소 · 백신 수급 동력될까

한일 갈등 해소에 물꼬가 될 만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회담이 미일 정상 회동에 이어 열리는 데다 한일 갈등이 대중국 견제 전선 구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전망은 밝지 않다. 앞서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수장 회동에서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와 일제 징용 노동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등 갈등 현안에 대해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의 배상 책임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으로 모두 해결됐으니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바로잡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의용 외무부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 주도국인 미국을 상대로 한 mRNA백신 기술협력과 백신 확보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지 주목된다. 국내 백신 공급 차질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에 감염 확산세까지 겹친 만큼 백신 수급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 또는 미국 제약업체로부터 백신을 조기 공급받을 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국 외 지역으로 가는 백신 공급을 늦추기로 한 미국 업체 모더나의 결정과 관련해 선진국의 '백신 이기주의' 움직임을 깨고 미국의 협조를 받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면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는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며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포괄적이고 호혜적 협력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이달 초 영국에서 진행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대면 회담 개최 자체가 미국이 한미동맹을 매우 중시하고 한미동맹이 포괄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미 간 활발한 소통을 통한 한국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는 점, 미국이 신속한 대북 접촉에 나선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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