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예측하는 미래 공간의 변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간 재구성
변화된 환경 속 다양성 요소 필요


“코로나19로 인해 도시는 해체될까?”

코로나19는 모여야 살 수 있던 우리 사회를 모이면 위험한 사회로 만들었다. 그만큼 코로나 사태는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도록 했다.
 
▲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아페르 한가. 나무가 심긴 화단을 발코니 아래로 넣어서 발코니를 마당처럼 만들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사적인 외부공간을 만든 것. (사진제공 =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지금까지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맞춰 함께 바뀌어 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게 사람의 속성이다. 지금처럼 큰 변화가 있을 때는 이런 욕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부응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이유다.

건축사무소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는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을 시도했다. 책 ‘공간의 미래’는 그 추측의 산물이다. 단순히 변화된 현상만을 조명한 것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모습을 인문학과 건축 지식으로 풀어냈다.

인문 건축가로 유명한 유 교수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고 말한다. 잠자는 기능이 가장 컸던 집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면서 집을 비롯한 생활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한다.

저자는 가까운 미래의 공간은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각각의 아이를 위한 맞춤 교육 과정이 있는 학교, 지역과 지역을 이어 주는 선형 공원, 분산된 거점 오피스로 나눠진 회사,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등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이 중에는 비무장지대(DMZ) 평화 도시 등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은 공간도 있지만, 저자는 지금의 변화 속도로 볼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현준 /을유문화사 / 364쪽/ 16,000원 

그렇다면 코로나19로 도시는 해체되고 말 것인가. 코로나19 이후 저자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향후 온라인 쇼핑과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의 비중이 늘면서 산업 구조와 도시 공간 구조의 재구성이 촉진될 것이다. 대면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전염병의 위험을 피해서 대도시가 해체될 거라고 예측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대도시가 해체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물론 공간 개념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으로 대체되고, 학교 교실 수도 줄어들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가 확대되면 한적한 교외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대거 생겨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교외로의 인구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SNS나 화상 통화를 통해 타인과 연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걸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연인들이 화상통화로만 연애를 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도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린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각 공간과 지역마다 특별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집뿐만이 아닌 학교나 직장, 공원, 식당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공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픈 핵심은 코로나19로 우리의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자는 것이다. 단순한 공간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올바른 교육 방법 등 논의하길 바라는 사안을 함께 다룬다.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자고 말을 건네는 저자는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며 “함께 행복한 유토피아를 만들어 나가는 작은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 
 

[진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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