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원장 ⓒ데일리굿뉴스 
인체 세포에는 산소 없이 에너지를 생산, 생명을 유지하는 해당계(解糖界)와, 산소가 있어야 하는 미토콘드리아계가 한 세포 안에 공존하고 있다. 즉 한 세포 속에 에너지 생산 방식이나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다.

해당계는 산소 없이 혐기성 당질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순한 과정이기에 작동이 아주 빠르다. 따라서 위급상황에서 대처를 잘할 수 있게 된다.

미토콘드리아계는 산소 뿐 아니라 당질, 지질, 단백질, 햇빛까지 복합적인 재료를 쓰는 호기성 세포여서 에너지 생성과정이 복잡하고 느리지만 효율이 높다.

해당계는 효율은 떨어지지만 순발력은 탁월하다. 그리고 분열증식이 왕성해서 피부, 점막, 정자, 근육 중에서도 순발력이 요구되는 백근(속근, 速筋)에 많이 분포돼 있다.

미토콘드리아계는 효율이 높아서 지구력이 탁월하며 분열증식 대신 성장, 성숙하는 특징으로 인해 뇌신경, 심장, 난자, 근육 중에도 지구력의 적근(지근, 赤筋)에 주로 분포돼 있다. 분열증식이 왕성한 암세포는 해당계가 많고 미토콘드리아가 100개도 안 된다.

평균 세포에 분포하는 5,000개에 비해 아주 낮다. 암세포가 산소가 필요 없는 저체온, 저산소에서 잘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암을 유발하는 세포도 산소가 잘 통하지 않을 때에 많이 분열증식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암이 더 나빠진다는 말은 그런 의미다.

정자와 난자도 그 점에서 대조적이다. 정자는 분열증식을 해야 하고, 난자는 성숙성장을 해야 한다. 때문에 정자는 해당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난자는 미토콘드리아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해당계는 산소가 필요 없기에 남자의 고환은 차게하는 것이 좋다.

미토콘드리아계는 산소가 있어야 하기에 여성의 아랫도리는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차다는 것은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뜻이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 산소공급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따뜻하다는 것은 그 반대로 혈액순환도 산소공급도 잘 된다는 말이 된다.

한의학에서 아랫도리를 하초(下焦)라고 하는데 특히 여성의 하초가 따뜻해야 하며 불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릇 건강한 여성은 아랫배가 따뜻해야 하고 가슴 위는 반대로 차가워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면 병적인 상태로 이환되는 것이다.

여성의 하초는 난소가 있는 곳인 만큼 난자의 생성과 발육에 연관이 깊다. 따라서 여성의 하초를 따뜻하게 해야 미토콘드리아계에서 에너지 공급을 잘 받아 효율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여성의 하초가 냉하면 아랫도리만 차가워지는 게 아니라 손발도 차가워진다.

나이에 따라 에너지를 쓰는 형태가 달라진다. 어린 아이들은 순발력을 주로 하는 해당계 우위의 생활을 하기에 좀처럼 가만히 있질 못하고 방방 뛴다. 숨이 차다. 이는 혐기성 활동으로 그렇게 돼야 세포 분열증식이 왕성해서 성장을 잘하게 된다. 따라서 동작이나 말도 빠르다.

그래서 아이들은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으며, 지칠 때까지 뛰어다닌다. 잘 뛰어노는 아이가 튼튼하고 잘 자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 성장이 멎을 즈음부터 차츰 순발력의 해당계 우위에서 지구력의 미토콘드리아계 우위로 넘어간다. 그렇게 중년이 되면 두 시스템이 거의 균형이 잡힌 생활을 하게 되다가 고령이 될수록 지구력 우위로 넘어간다. 말도 행동도 천천히 하게 되면서 걸음걸이도 느릿느릿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 자연적인 순리인데 중년을 넘겨서도 계속 순발력 위주의 해당계 우위생활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말도 빠르고 생각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다면 말이다. 그러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생활의 연속이 되면 시상하부의 부담은 물론, 당장 스트레스로 인한 혈관의 수축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저산소, 저체온 상태로 된다. 거기에다 미토콘드리아계 활성이 떨어지고 호기성 세포는 적응을 위해 혐기성, 해당계로 전환되고분열증식을 시작한다. 이것이 암이다.

물론 암만 해당되지 않는다. 모든 생활습관병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돼도 지구력 대신 순발력으로 달리다 보면 여기가 종착역이다. 과로하지 말라는 충고를 가볍게 들으면 끝내 몸이 쓰러진다.

달리기와 비교해 보자. 단거리 선수는 숨을 안 쉬고 순발력만으로 달린다. 한계가 400미터다. 순발력만으로 달려야 하는 단거리 선수는 속근을 발달시켜야 한다. 이게 해당계의 ‘백근’이다. 속근을 백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색깔이 희기 때문이다. 단거리 선수가 역도선수처럼 번들거리는 근육질인 것은 백근이 발달한 때문이다.

반면 장거리 선수는 나약하고 말라 보인다. 지구력으로 뛰어야 하에 미토콘드리아계의 지근(遲筋)이 발달한다. 지근은 붉은 계통이라 ‘적근’이라고도 하며, 신체 깊숙이 자리해 내근이라고도 한다. 유산소의 지구력으로 달리기에 단거리 선수에 비해 급격한 피로는 한결 덜하다. 순발력은 해당계에서, 지구력은 미토콘드리아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젊을 때는 해당계의 에너지 분출이 많아 순발력이 강하므로 역동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점차 활동을 줄이고 기도생활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

영적으로 무리한 욕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사역도 좋지만 중년 이후에는 한 박자 늦춰 뒤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사역이 좋다. 전면에 나서서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해당계의 활동이 활
발한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나이 지긋해지면 한 걸음 물러서는 연습이 좋다.

교회에서 처음엔 꼭 필요하고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돼야 하지만, 나중에 없어도 되는 사람, 후계자를 양성해놓고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젊을 때 믿음의 사역을 훌륭히 했던 이들이 노후에 절제를 못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는 일들이 적잖이 있다. 특히 믿음 좋은, 열심 있는 이들에게 많이 발견된다.

그래서 노년기의 과욕을 버려야 한다. 여기서 과욕이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만이 아니라 선한 사역이라 할지라도 몸에 맞지 않는 욕심을 자제하라는 의미도 된다. 대의명분도 좋지만 실제 몸의 상태가 그에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사람의 근본원기인 신기(腎氣)라고 한다. 신기가 왕성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신기가 허약해졌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이 따로 있다. 나이가 들면 젊은이들에게선 볼 수 없는 경륜과 지혜가 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지혜로운 몸 관리, 성전 관리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몸은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이기 때문이다.

[김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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