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일대에서 발생한 아시아 총격 사건 이후 미국 사회 곳곳에서는 아시아계 혐오를 반대하는 운동이 일고 있다. 미국 내 한인 교계도 지방정부에 관련 법안을 촉구하며 혐오 근절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에서 한 백인 남성의 연쇄 총격으로 한인 4명 포함 아시아계 8명이 숨졌다.(사진출처=연합뉴스)

미국 내 아시아 증오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가 경찰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6개 도시에서 발생한 전체 증오범죄는 전년보다 7% 줄은 반면,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한 증오범죄는 150%나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주 한인 사회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한국인 김에스더(가명) 씨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게 위축되고 산책하거나 시장 보러 다닐 때 안전하지 않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뉴욕 거주민 이한나(가명) 씨는 "미국 생활 10년 동안 동양인에 대한 시선이 이 정도로 날카롭게 느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지하철에서 동양인 여자를 때리고 도망가기 게임을 한다거나 길거리에서 이유 없이 조롱하는 일들도 많아졌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아시아 혐오 중단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사진출처=연합뉴스)

증오범죄가 과격한 양상을 보이자 미국 사회에서는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달라', '아시아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거리 시위와 SNS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퍼지고 있는 것. 뉴욕에서는 지하철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양인을 대신해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캠페인도 생겨났다.

다만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 세계로 퍼진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만큼의 파급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BLM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흑인 인권 문제에 모든 인종이 다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아시아 증오범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아시아계의 단합만이 아닌 백인·흑인 사회의 동참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한인교계는 범죄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나섰다.

미국장로교 한인교회전국총회(NCKPC)는 최근 지방정부를 상대로 인종차별 금지와 관련된 법안을 마련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증오범죄' 정의의 확대와 처벌 강화, 치안 강화 등의 법안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사회의 동참을 이끌어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NCKPC는 총회 소속 미국 교회들에도 서신을 보내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교회들은 각 지역에서 노회별로 아시아 혐오 근절을 위한 TF팀을 결성해 아시아 증오범죄 근절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NCKPC 총회장 최병호 목사는 "차별과 갈등이 심각한 이 시대, 교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 시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교회가 먼저 회개하고 혐오범죄 피해자들과 차별당하는 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칫 또 다른 인종갈등으로 빚어지지 않도록 아시아계는 물론, 흑인과 백인 등 사회 구성원 전체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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