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여권' 도입을 확대하는 가운데 정부도 관련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스마트폰에서 백신 접종 사실을 손쉽게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애플리케이션 공식 개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나라별로 인정되는 백신 또는 코로나19 검사 조건 등이 상이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등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여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유럽연합(EU) 등 각국에서도 백신여권 도입에 박차
일반 국민 접종 뒤, 공공장소 상용화 가능할 듯
국제사회 표준화 필요…형평성 문제 우려도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신여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신여권을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는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1월 백신여권을 도입하고 출입국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부터 '그린패스(GREEN PASS)'라고 불리는 백신여권을 발급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경제를 부양하는 차원에서 백신여권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그린패스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식당이나 극장, 체육관 등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해졌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8일 뉴욕주가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IBM의 앱 '엑셀시오르 패스(Excelsior Pass)'를 백신여권으로 도입했다. 엑셀시오르 패스는 모바일 항공 탑승권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생체정보가 담긴 보안 QR코드를 공공장소 출입 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정부와 민간회사들은 현재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표준 방식 개발을 협의 중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백신 여권 도입 논의에 착수해 올해 6월부터 백신여권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지난 28일 밝혔다. 개별 국민이 맞은 백신 종류와 항체 형성 여부를 흑백 QR코드 방식으로 저장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인증을 종이로 출력하거나 스마트폰에 담아 출국하면 현지 도착 시 2~3주의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이달부터 내국인을 상대로 백신여권 발급을 시작했다. 일본 역시 다음 달부터 백신여권 도입을 공식화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밖에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싱가포르, 베트남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잇달아 코로나19 백신여권 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백신여권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 접종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상 회복을 체감하려면 소위 '백신여권' 또는 '그린카드'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올해 초부터 준비를 시작해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고, 이달 중으로 관련 스마트폰 인증 애플리케이션을 공식 개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인증 앱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고, 방역 당국은 국가 간 이동 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관련 지침을 준비 중이다.

주로 식당·경로당 등 생활시설 이용에 인증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라마다 개발 중인 인증 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다른 국가와 인증 데이터를 공유하는 논의도 턱없이 부족해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신여권이 국제사회에서 표준화되는 것이 필요하며, 국내에서 승인된 코로나19 검사 또는 백신이 상대 국가에서도 허가받았는지에 대한 여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올 여름 백신여권이 본격 통용되려면 개별국이 아닌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이 나서 여권 표준 양식 제정과 정보 공유에 협력해 이 난제를 극복해야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국 보건당국이 상대국 국민의 보건 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이 모든 사람들에게 형평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마켓와치(MW)는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5,200만 명 중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백인이거나 비하스패닉이라고 전했다. 이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백신 여권 도입으로 인해 더 큰 불균형에 시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백신 접종을 받아 그린패스가 발급된 사람만 식당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부 규정에 따라 실외에만 앉을 수 있어 이를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엘라 본드 영국의고용전문 변호사는 "백신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고용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틴 웰란 위스콘신대학교 생태학 교수는 "백신 여권이 여행뿐 아니라 콘서트 등과 같은 여러 행사에 널리 활용된다면 조기에 백신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이중특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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