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향' 설정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TV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결국 폐지된다.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응한 국내 반중 정서가 드라마도 폐지해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대해 퇴출운동을 벌여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디지털 시대 시청자의 더욱 강력해진 힘과 훨씬 엄격해진 눈높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여론몰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방송 콘텐츠 시장에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전 시청자의 힘으로 싹부터 잘라버린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자본에 불쾌감 누적

26일 전해진 SBS TV 월화극 '조선구마사'의 폐지 결정은 그동안 누적된 반중 정서를 고려하면 급작스럽고 뜻밖의 일은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미 tvN 드라마 '여신강림'과 '빈센조' 속 중국 브랜드 PPL(간접광고), '철인왕후' 원작 작가의 혐한 발언 등으로 이미 반중 감정이 거세진 상황이었다.

정작 '조선구마사'는 중국 자본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쌓인 불쾌함과 높아진 잣대 속에 이 작품은 '중국향'을 내비친 것만으로 본보기로 철퇴를 맞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선구마사'가 폐지까지 이른 상황은 일단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향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문화 동북공정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상황에서 제작진이 알아서 중국향을 의식했다는 느낌이 드는 드라마가 나왔으니, 시청자가 굉장히 세게 예방주사를 놓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조선구마사.(사진출처=SBS)


일각서 '여론몰이' 지적도

물론 '조선구마사'에 한해서 보자면 지나친 여론몰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일고 있다.

김 평론가는 "'조선구마사' 자체를 동북공정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동북공정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도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는 비난은 문제가 있다. 한 프로젝트를 론칭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처럼 과도한 마녀사냥은 가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작 무산에 따른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공방도 남았다. '조선구마사'에는 32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다. SBS는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했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쳤다.

그러나 '조선구마사'는 논란 직후 모든 광고주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작 지원을 철회하면서 애초에 재정비가 불가능했다.

정 평론가는 "방송 유지에 따른 손실이 이미 투입된 비용보다도 많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박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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